[사이테크+] "인간 어깨·팔꿈치 구조는 나무에서 내려오기 위한 진화 산물"

이주영 2023. 9. 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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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어깨·팔꿈치가 브레이크 역할…내려오는 속도 늦춰 안전 확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자유롭게 돌리고 뻗을 수 있는 인간의 유연한 어깨와 팔꿈치 구조는 유인원과 초기 인류가 나무에서 안전하게 내려오기 위해 진화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망가베이 원숭이 다트머스대 연구팀은 유인원과 초기 인류가 원숭이(위)보다 어깨와 팔꿈치를 더 유연하게 진화시켜 나무에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연한 팔다리는 초기 인류가 식량을 채집하고 사냥과 방어 도구를 사용하는 데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Luke Fannin, Dartmouth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다트머스대 제러미 드실바 교수팀은 6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 저널'(Royal Society Open Science)에서 침팬지와 망가베이 원숭이가 나무를 오르내리는 영상을 분석, 유인원과 초기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올 때 속도를 늦추기 위해 유연한 어깨와 팔꿈치를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다양한 각도로 움직일 수 있는 어깨와 팔꿈치는 영장류 조상들이 나무를 내려올 때 안전을 위한 제동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기 인류가 숲에서 초원으로 이동했을 때 유연한 팔다리는 먹이를 모으고 사냥과 방어 도구를 사용하는 데 필수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침팬지와 망가베이 원숭이가 야생에서 나무를 오르내리는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를 스포츠 분석 및 통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비교하고 인간과 침팬지, 원숭이의 어깨와 팔꿈치 골격 구조 및 움직임을 분석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루크 패닌 연구원은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침팬지가 나무를 오르는 것에 관한 것으로 내려오는 것에 대한 것은 거의 없었다며 이 연구는 유인원과 인간의 진화에서 '내려오기'(downcliming)의 중요성을 확인한 첫 연구라고 말했다.

분석 결과 침팬지와 망가베이 원숭이는 나무를 올라갈 때는 모두 어깨와 팔꿈치를 몸에 가까이 구부린 채 올라가지만, 내려올 때는 침팬지만 머리 위로 팔을 뻗어 사다리를 내려가는 사람처럼 나뭇가지를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팬지(a,b)와 망가베이 원숭이(c,d) 나무 오르내리는 동작 비교 [Luke Fannin et al./Royal Society Open Science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침팬지는 나무를 올라갈 때 어깨 각도가 내려올 때보다 14도 더 커졌고,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팔꿈치에서 팔을 바깥쪽으로 34도 더 뻗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망가베이 원숭이는 나무를 오를 때와 내려올 때 어깨와 팔꿈치 각도 차이가 4도 이하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실바 교수는 "최초 유인원은 2천만 년 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숲에서 나무에 올라가 먹이를 구하고 다시 내려와 다음 나무로 이동하며 진화했다"며 "이들에게 나무에서 내려오는 것은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몸집이 큰 유인원은 떨어지면 죽거나 심하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나무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는 해부학적 구조가 발달하는 방향으로 자연선택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상 유인원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연한 어깨와 팔꿈치 덕분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초기 인류는 나무에 올라가 밤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게 됐고,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이용해 야행성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된 다음 유연한 어깨와 팔꿈치로 창을 정확히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무 위의 망가베이 원숭이 스포츠 분석 소프트웨어로 침팬지와 망가베이가 나무를 오르내리는 동작을 비교한 결과 침팬지는 인간과 비슷한 얕고 둥근 어깨 관절과 짧은 팔꿈치 뼈 덕분에 팔을 머리 위로 완전히 뻗어 내려올 때 무거운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uke Fannin, Dartmouth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이 침팬지와 망가베이 원숭이 팔의 해부학적 구조를 비교한 결과 침팬지는 사람과 유사하게 둥근 뼈와 오목한 뼈가 맞물려 회전하는 '구상관절'(球狀關節) 형태의 어깨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골격구조는 탈구는 더 쉽게 되지만 더 넓은 범위의 움직임이 가능하며, 침팬지도 인간처럼 팔꿈치 뒤에 있는 짧은 주관절 돌기(olecranon process) 뼈 덕분에 인간처럼 팔을 완전히 뻗을 수 있다.

하지만 망가베이 원숭이와 다른 원숭이들의 어깨는 고양이와 개 같은 네발 동물과 더 비슷하고, 팔꿈치는 주관절 돌기가 돌출돼 있어 알파벳 'L'과 비슷하다. 이런 관절은 더 안정적이지만 유연성과 운동 범위는 훨씬 제한적이다.

패닌 연구원은 침팬지의 팔은 안전하게 땅에 내려올 수 있도록 적응해 왔고 팔다리는 현대인의 팔다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며 나무를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는 능력은 직립 보행 후에도 안전과 영양 공급에 매우 유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너새니얼 도미니 교수는 "이 연구는 야생 영장류가 어떻게 오르내리는지에 대한 측정과 관련된 이론적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며 "이 결과는 유인원의 어깨와 팔꿈치가 더 유연하게 진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차이점을 원숭이와 침팬지를 통해 보여준다"고 밝혔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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