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호주 이어 아프리카까지…‘탈 중국’에 넓어지는 광물 확보戰
美 IRA·EU CRMA 등 공급망 다변화 시도도 이어져
韓 기업 ‘中 의존도’ 낮추고자 호주·칠레 공급망 확보
아프리카까지 확대…“정부, 우호적 환경 조성 도와야”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전기차 등 친환경 기술에 필요한 광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광물 확보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이유로 호주나 캐나다, 칠레 등에서 아프리카까지 광물 확보 전쟁의 영역도 넓어지는 추세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여러 국가의 광물 기업들과 장기 공급 계약이나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광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시장 내 작은 부분을 차지했던 에너지 전환 관련 광물 수요는 광물·금속 산업의 중심으로 변화했다. 지난해 전체 리튬 수요에서 청정에너지 기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달했고 코발트·니켈도 각각 40%와 16%에 달했다. 5년 전만 해도 리튬·코발트·니켈 수요에서 청정에너지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 17%, 6%에 불과했다.
이에 각 기업은 광물 확보를 위한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IEA가 20대 광물 기업의 누적 투자액을 평가한 결과 2021년엔 전년 대비 20% 증가했던 투자가 2022년엔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튬 개발에 특화한 기업의 지출은 50% 증가했으며 다음으로는 구리와 니켈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의 투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으로 그동안 중국에 집중돼 있던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IRA에선 세부 지침을 통해 전기차에 쓰이는 핵심 광물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추출·가공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 기업은 이차전지(배터리) 사업 등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으나 해당 사업에 쓰이는 핵심 광물 공급망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미국 IRA 시행 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구체와 리튬에서 각각 21억1400만달러, 30억200만달러의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배터리 생산 필수 광물인 수산화리튬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2021년 5억5000만달러→2022년 32억1000만달러→2023년 상반기엔 30억2000만달러로 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호주와 캐나다, 칠레로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해 IRA 시행 이후 호주 시라와 2025년부터 천연흑연 2000톤(t) 공급받는 계약을 시작으로 호주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로부터 리튬정광, 칠레 SQM로부터 탄산·수산화리튬을 들여오는 계약을 체결했다. SK온 역시 칠레 SQM, 호주 레이크리소스와 각각 리튬을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범위를 넓혀 아프리카까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배터리 음극재 원료로 쓰이는 흑연을 공급받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흑연은 포스코퓨처엠으로 공급돼 북미 등에 공급할 음극재 원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정부도 해외 광물자원 확보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성은 무역협회 연구원은 “정부는 다자간 협력체제를 활용해 동맹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역내 공급망 인프라 투자와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시에 ODA(공적개발원조) 제공 등을 통해 기업의 해외 광물 확보에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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