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 대사에 각료 출신 거물급 지명… 네타냐후 달래기?

김태훈 2023. 9. 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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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집권 세력의 이른바 '사법 개편안' 추진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백악관이 대통령 비서실장과 각료를 지낸 거물급 인사를 이스라엘 주재 대사 후보자로 지명해 눈길을 끈다.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주(駐)이스라엘 미국 대사 후보자로 제이콥 루 전 재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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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비서실장·재무장관 지낸 제이콥 루
독실한 유대교 신자로 유대인 인맥 두터워
냉랭해진 美·이스라엘 관계 복원할 적임자

이스라엘 집권 세력의 이른바 ‘사법 개편안’ 추진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백악관이 대통령 비서실장과 각료를 지낸 거물급 인사를 이스라엘 주재 대사 후보자로 지명해 눈길을 끈다. 극우 성향의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달래 이스라엘이 미국의 각종 요구 사항을 가급적 수용하게끔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이콥 루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후보자. 미 재무부 홈페이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주(駐)이스라엘 미국 대사 후보자로 제이콥 루 전 재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그리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미 고위직을 지낸 68세의 루가 미·이스라엘 관계 회복을 주도할 구원투수로 발탁된 셈이다.

1955년 뉴욕에서 유대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루는 독실한 유대교 신자다. 명문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1970년대 중반 민주당 하원의원 보좌관을 지내며 정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3년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하며 백악관 특별보좌관에 발탁됐다. 예산 업무 전문가인 그는 클린턴 행정부 후반부인 1998∼2001년에는 백악관 행정관리예산국(OMB) 국장을 맡아 예산안 편성을 주도했다.

공화당 행정부 시절 대학교수로 물러나 앉아 있던 루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탄생하며 공직에 복귀했다.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국무부 부장관(2009∼2010), OMB 국장(2010∼2012), 백악관 비서실장(2012∼2013)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2013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2013∼2017)으로 발탁돼 약 4년간 미국 경제를 총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그 밑에서 8년간 부통령으로 일한 바이든 현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2월 제이콥 루 당시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가운데)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왼쪽)이 이 선서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미 백악관 홈페이지
바이든 대통령이 루 같은 중량급 인사를 대사로 기용하려는 것은 미·이스라엘 관계 개선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립내각 출범 후 사법 개편에 나섰다. 법원이 유죄로 확정 판결한 사안도 의회 의원 과반수가 동의하면 결론을 뒤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개편안의 핵심이다. 국민들 사이에 “사법부 독립 침해” “3권분립 훼손” “민주주의 후퇴” 등 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일며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이스라엘 전역을 뒤덮었고, 미 행정부도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미국은 2022년 12월 취임해 9개월 가까이 재임한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하지 않고 있다. 미·이스라엘의 특수한 관계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냉랭해진 두 나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국가들 간의 수교를 통해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좀 더 부드러운 정책을 취하길 원한다. 이런 맥락에서 루 후보자가 상원 인준을 받고 이스라엘 대사로 부임하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미 조야에선 루에 대해 “미국 유대인 사회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백악관이 네타냐후 총리와 건설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울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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