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인턴' 라미란 "사이다보단 '슴슴한 평양냉면' 맛이죠"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이 드라마에 하이라이트 같은 건 없어요. 주인공들은 그냥 살아갈 뿐이죠. 사이다보다는 슴슴한 평양냉면 맛에 가까운 드라마에요."
'생활밀착형 연기'의 대가 배우 라미란이 이번에는 '경단녀'의 고충을 그린다. 지난 8월 11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잔혹한 인턴'으로 돌아온 그다. 라미란은 무거워질 수 있었던 주제를 특유의 유쾌함으로 꾸리며 재미와 공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5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라미란과 만나 '잔혹한 인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중 라미란은 소싯적 '전설의 MD'로 이름을 날린 커리어우먼이었으나 7년 간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고해라' 역을 맡았다. 고해라는 한 회사의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고, 과거 동기였던 상품기획실장 최지원(엄지원)에게 "워킹맘들이 휴직 대신 퇴사를 하게 유도해주면 과장 자리를 되찾아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처음에는 해라가 저와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평범한 사회생활을 해 본 적도 없고, '막돼먹은 영애씨'와는 좀 결이 다른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과연 제가 작품에 잘 어울릴까 싶었죠.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많은 강압과 회유 끝에(웃음) 합류하게 됐죠."
농담조로 말했지만, 라미란은 그만큼 작품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고해라'다운 라미란이었다.
"어떤 작품도 만족감을 느끼면서 임하는 작품은 없어요. 늘 아쉽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죠. 저는 작품을 찍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촬영할 때 즐겁고 행복했으면 제겐 너무 좋은 작품인거죠. 이번 작품은 가정과 사무실 양쪽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맡아서 더 재밌었어요. 꼭 제가 고해라의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었죠."
고해라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동료의 커리어와 아픈 아이도 뒷전으로 할 만큼 냉정한 워커홀릭이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 끝에 직장 대신 가정을 선택했고, 다시 돌아간 직장에서는 승진 대신 동료를 선택하며 이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다.
"전 해라도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고 해석했어요. 승진을 해야 했기에, 일의 성취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에요. 사실 '임신포기각서' 같은 경우도 이미 아이를 낳은 해라에게는 큰 데미지가 없는 제안이에요. 그래서 이기적으로 보이긴 하겠지만 (해라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해라가 (직업적 성취를 우선시했던 삶을) 놓아버림으로써, 또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생활밀착형' 캐릭터인 만큼, 라미란은 누구보다 고해라에게 누구보다 잘 이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도 아이를 낳고 일을 쉰 적이 있어요. 그렇기에 그 때의 마음이 어떤지는 제가 잘 알죠. 되게 불안하거든요. '다시 무대에 돌아갈 수 있을까', '누가 나를 캐스팅 해줄까',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나' 이런 고민을 많이 했죠. 당연한 고민들이지만,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더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고해라는 일과 가정 모두 잡고 싶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낙담하면서도 발랄함을 잃지 않았다. 라미란은 그런 해라에게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해라가 직장으로 돌아오면서 주눅 든 모습을 통해 저 스스로도 공감을 많이 했어요. 저도 공백을 가진 후 다시 연기를 할 때 어깨가 말려있었거든요. 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요. 그런데 해라는 밝고 긍정적이잖아요? 해라가 언제나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저도 '그냥 하면 되지' 이런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잔혹한 인턴'을 찍은 후 '나쁜엄마'를 촬영할 때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어요."
시청자에게도 비슷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라미란이었다.
"해라는 짠하기도 하면서 대견하고, 응원해주고 싶잖아요?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잔혹한 인턴'을 시청하면서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부딪히고 있으니까 주저하지 말라고요."
끝으로 라미란에게 후반부 관전 포인트에 대해 묻자 그는 꼭 '잔혹한 인턴' 다운 답을 내놨다.
"하이라이트 같은 건 없어요. 물론 하나의 큰 사건과 그것에 대한 결말은 나겠지만, 그냥 지나고 나면 캐릭터가 이제껏 살아온 길과 별반 다르지 않죠. 개개인한테는 자신의 인생이 드라마틱할 지는 몰라도 옆에서 보면 비슷비슷한 것처럼요. 뭔가 이야기가 매듭지어지고 '끝'이 난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은 계속 이렇게 살아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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