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보령의 섬들…원산도와 효자도
(보령=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섬이라고 하면 육지와 꽤 떨어진 곳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해저터널로 연결되면서 이동이 편리해진 섬도 있고 배편을 비교적 짧은 시간 이용해 다녀올 수 있는 섬도 있다. 충남 보령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이 중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로 정식 개통한 지 1년 9개월여가 된 보령해저터널을 지나 방문할 수 있는 원산도를 다녀왔다.
원산도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효자도까지는 여객선을 타고 방문했다. 두 곳에서 저마다 다른 섬의 정취가 느껴졌다.
보령해저터널로 연결되는 원산도…"가을엔 낚시인들 찾아와"
국내 최장 해저터널인 보령해저터널은 2021년 12월 정식 개통했다.
보령 신흑동에서 원산도를 잇는 해저터널의 총연장은 6.927㎞다.
기존 국내 최장 해저터널이던 인천북항터널보다 1.5㎞가량 길다.
해저터널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보령 대천항에서 태안 영목항까지 이동 시간은 기존 1시간 30분에서 10분대로 단축됐다.
이전보다 1시간 20분이나 줄어든 것이다. 해저터널 개통의 최대 수혜지역으로는 원산도가 꼽힌다.
요즘에도 대천항에서 여객선으로 원산도를 오갈 수 있지만, 차량으로 보령해저터널을 이용해 봤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당진, 서산 등을 거쳐 대천IC로 빠졌다.
서울에서부터 대략 2시간 30분~3시간 정도가 걸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령해저터널이 나왔다.
터널에 근접하자 보령시의 시어(市魚)인 참돔 형상의 조형물이 먼저 서 있고 터널 진출입로 중앙 부분에는 옅은 하늘색 돌고래 뒷모양의 조형물이 보인다.
터널에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해저시점'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진출입로에 보령해저터널이라는 안내판이 없었다면 해저터널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터널에는 지난 7월 경관조명도 설치됐다.
터널 안을 지나다 보니 위쪽에 무지갯빛 조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고기 떼가 헤엄쳐 다니거나 게의 형상이 조명으로 비쳤다.
경관조명이 끝나고 저 앞의 바깥이 환해진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생각보다 길었던 해저터널을 빠져나왔다.
조금 더 이동하자 원산도 저두교차로가 나왔고 다음에는 갯벌이 보이는 마을이 이어졌다.
해저터널로 이동하니 처음에는 원산도가 섬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출해 인근 식당에 들렀다.
점심으로 백반을 시켰더니 오징어와 무를 썰어 넣은 얼큰한 국, 오징어와 야채를 섞어 강한 양념 맛을 낸 무침, 서대찜, 꽃게무침, 메추리알 장조림, 콩나물무침 등이 반찬으로 나왔다.
양이 적지 않아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시원한 오징어 뭇국은 오랜만에 먹어보는 것이라 반가웠다.
이곳에서 9월 주말에 떠나는 낚싯배 예약이 들어왔다는 동네 주민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9월은 주꾸미, 10월은 갑오징어 철이라고 한다.
원산도는 낚시인들에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오가며 주변을 둘러보니 낚시용품 판매점도 몇몇 보였다.
저녁에는 인근 다른 식당에서 바지락칼국수와 해물라면을 먹었다.
평범한 메뉴였지만,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먹은 덕분인지 국물 맛이 더욱 깔끔한 것 같았다.
주변 해안의 한적한 풍경
보령해저터널 개통 이후 일부에선 원산도를 두고 '육지화된 섬'이라는 말이 나왔다지만 그 주변에는 4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대형 해수욕장과는 모습이 좀 다르다.
비교적 한적하고 아담하며 소박했다.
먼저 찾아본 저두해수욕장은 규모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았다.
그다음 찾아간 원산도해수욕장에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 등 몇몇 관광객의 모습이 보였다.
오붓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창해수욕장도 규모가 아담해 보였는데, 인근에 차박 시설이 돼 있는 게 특징이었다.
해안 끝자락을 보니 바위에 올라 낚싯줄을 드리운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오봉산해수욕장을 찾았다.
이 해수욕장 역시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오봉산해수욕장을 지나 해안 도로를 따라 원산안면대교가 보이는 지점을 통과할 때였다.
아래에는 해무가 보이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있는 모양이 묘하게 이국적이고 신비한 느낌마저 줬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 사이에 풍경이 좋아 유명해진 카페가 있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물어 찾아가 보니 카페 건물 지붕에 동그란 모양의 조형물이 있고 거기에 그네가 매달려 있다.
해가 질 무렵이면 이곳에서 일몰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넓은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황금빛에서 옅은 보라색 그리고 붉은 빛을 거치며 해가 지는 모습을 계속 바라볼 수 있었다.
원산도를 마주 보는 조그마한 섬 효자도
원산도에 있는 선촌항에서 맨눈으로도 매우 잘 보이는 거리에 효자도라는 섬이 있다.
효자도는 다음날 대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갔다.
승선 시간이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은 날씨가 좋아 파도가 잔잔했다.
섬과 가까운 지점에 이르자 빨갛고 파란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선착장이 보였다.
효자도에 도착한 뒤 여객선이 떠나가자 이때쯤이면 귀를 울리는 벌레 소리만 들릴 정도로 주변이 고요했다.
근처에 있는 여객선 매표소 겸 슈퍼마켓을 찾아가 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가을이면 멸치,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고 들려줬다.
내친김에 길을 물어 이장댁을 찾아갔다.
이장댁 부부는 낯선 손님을 반갑게 맞아줬다.
현재 효자도에는 60여 가구에 대략 130여 명이 거주한다고 알려줬다.
고령화로 이곳에도 60대 이상이 많다고 한다.
다시 섬 뒤쪽으로 이동하니 마을회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실내에선 마침 7~8명의 여성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라인댄스 강좌를 듣고 있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보령시내 평생교육원에서 특정 요일에 이 섬에 강사를 보내 강좌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웃음소리로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제 마을회관을 나와 근처에 있다는 '최선생순혁씨기념비'를 찾았다.
주민에게 들은 설명으로는 병환을 앓던 부친을 위해 자신의 허벅지살을 공양했다는 최순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일몰 풍경이 압권
효자도를 찬찬히 둘러보니 호젓했다.
선착장 인근에는 정박해둔 몇몇 선박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쯤 떨어진 해안에는 갈매기들이 한가로이 앉아있거나 거닐고 있다.
섬 한쪽에선 옥수수, 벼농사를 짓고 있다.
머물렀던 민박집에 물어보니 섬에는 낚시인들이 주로 찾아온다고 전해줬다.
일몰을 보려고 오후에 해안 쪽으로 나섰다가 귀한 풍경을 발견했다.
원산안면대교를 배경으로 지는 해와, 일몰 이후의 바다 풍경을 꽤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었다. 바다 아래쪽으로 해가 지는 듯한 장면에서 끝나지 않고, 일몰 이후 하늘과 바다가 물드는 풍경까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조망할 수 있었다.
평범한 섬인 줄 알았는데, 고요한 자연의 풍경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날에는 효자도에서 원산도로 나가는 여객선을 기다렸다.
여객선이 떠나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원산도에서 보령해저터널로 이동해 시내로 볼일 보러 나간다는 주민 몇 명의 모습도 보였다.
함께 여객선에 올라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5분 정도 머물렀을까 싶었는데 금방 선촌항에 도착했다.
다시 보령해저터널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서울로 향했다.
잠깐 머물렀던 원산도는 다양한 섬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효자도에선 일몰 풍경이 압권이었다.
교통수단에 따라 각기 다른 섬의 매력을 맛볼 수 있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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