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만 10년째, 비워내는 게 답이었다···자신감 되찾은 양현종 “이제 무조건 버틴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3. 9. 6. 07: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IA 양현종이 지난 1일 SSG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35·KIA)은 선발로 뛰기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부진’ 때문에 2군에 간 적이 없었다. 2011년 어깨가 아파서, 2013년 옆구리 근육이 찢어져서 제외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단순히 ‘못 던져서’ 2군으로 간 적은 없었다. 던질만큼 던지고 팀 순위가 결정돼 시즌 종료 열흘 전 제외된 적은 있다. 그조차 4년 전이었다.

양현종은 늘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져왔다. KIA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아 마운드를 끌어온 2014년 이후로 8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었던 것도 책임감 때문이었다. 시즌 중 한 번쯤 쉬라는 코칭스태프의 의견에도 늘 휴식을 ‘거부’ 했던 양현종은 지난 달 처음으로 “내가 1군에 있는 것이 별 도움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6월초에도 2경기 연속 크게 실점하고 일찍 내려왔던 양현종은 다시 일어서는 듯했지만 8월 들어 다시 처졌다. 6월24일 KT전(6이닝 1실점 비자책) 이후로는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커녕 6이닝 이상도 던지지 못하던 양현종은 8월15일 키움전에서 5.2이닝 6안타 4볼넷 7실점을 하자 결국 2군에 갔다.

김종국 KIA 감독과 서재응 투수코치는 엔트리에서 제외된 양현종에게 열흘의 시간을 주며 “좀 내려놓으라”고 했다.

양현종은 “단순히 실력이 안 좋아 2군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나 스스로 ‘빠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처음이었다. 전에는 한 달 동안 승리를 못하더라도 이닝은 꾸역꾸역 막아서 팀에 보탬이 됐는데 이제는 이닝도 못 버티고, 동료들이 전부 저렇게 열심히 이기려고 하는데 마운드에서 내 것 찾겠다고 경기에 등판하는 것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고 아주 미세한 폼 교정도 필요하다고 했지만 결국 양현종이 열흘을 쉬며 해야 했던 것은 무거웠던 마음을 비우고 다시 자신감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처음 사흘간 완전히 쉬면서 머리를 비웠고 나머지 일주일 동안 다시 던지며 훈련했다. 돌아온 양현종은 이전의 에이스 양현종의 모습을 되찾아서 왔다. 1군 복귀한 8월26일 한화전에서 6이닝 2실점, 지난 1일 SSG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2연승을 했다. KIA 8연승의 출발점이었다.

KIA 양현종이 지난 8월26일 한화전에서 1군 복귀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전반기 부진했을 때는 사실 긍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했다. 사람이 어떻게 계속 잘 던지나, 한 번 떨어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로도 계속 간당간당하게 던지면서 나도 점점 깊이 처지게 됐다”며 “이번에는 (엔트리에서 빠져) 시간적 여유가 있다보니 폼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공을 찾은 것 같다. 자신감도 돌아왔다. 부담없이 공격적으로 들어가고 정타를 맞던 공이 복귀 뒤 2경기에서는 파울이 되고, 몰리는 공 없으니 투구 수가 줄고 이닝이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외국인 투수들의 난조로 마운드 운용이 쉽지 않았던 KIA는 남은 경기에서 선발들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텨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역시 다시 양현종이 있고, 돌아와 1선발의 모습을 되찾은 양현종은 KIA의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양현종은 열흘 동안 필요한 만큼만 짐을 덜어내고 왔다. 양현종은 “(김)태군이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지 않았나. 그런 책임감이나 부담 없을 것 같으면 2군으로 가야 된다고. 그 부담 가지라고 여기 1군에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 내가 경기를 다 이끈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 지금 야수들이 워낙 좋아서, 선발로서 최소 실점 하고 타자들에게 그 뒤 기대를 하면 될 것 같다. 대신 나도 무조건 버티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개막 이후 21경기에서 119.2이닝을 던져 7승7패 평균자책 4.06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리그 역대 유일의 8시즌 연속 170이닝을 던지고 10승 이상을 거뒀던 양현종은 9년 연속 도전했던 170이닝은 현실적으로 마음을 접었다. 다만 9년 연속 10승에 대해서는 팀과 함께 희망을 갖는다.

양현종은 “지금도 내가 100%는 아닌 것 같다. 이닝은 어렵다. 하지만 돌아와서 바로 2승 하니 시즌 7승이 됐다. 타자들 덕분이다. 팀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10승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도전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