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로들 '나라 걱정' 직언에 시진핑 '내탓이냐' 격노"

김종훈 기자 2023. 9. 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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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 나카자와 가쓰지 편집위원 "공산당 원로들 '더 이상 혼란 안돼' 경고..시진핑 전 정권 탓"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경제 포럼 개막식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산당 원로들로부터 중국이 앞날이 걱정스럽다는 쓴소리를 듣고 "내 탓이냐"며 격노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원로들 '혼란 길어지면 공산당 통치 위험' 판단"
닛케이 소속 나카자와 가쓰지 편집위원은 5일 게재한 정기 연재물 '시정권 워치'에서 "수수께끼에 싸여있던 올 여름 베이다허 회의의 분위기가 밝혀지고 있다"며 "시 주석 취임 후 지난 10년 간 분위기와 올해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고 밝혔다.

중국 전·현직 최고위 인사들은 베이징 동쪽 해안 휴양지인 베이다허에서 약 2주 간 여름 휴가를 겸해 비공식 회의를 연다. 중국의 국정운영과 주요 인사를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다.

나카자와 위원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베이다허 회의에 공산당 최고 수뇌부 출신의 거물급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실력 있는 원로가 베이다이허 회의에 오지 않았다는 것은 시 주석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보다 더 복잡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중국 경제는 개혁, 개방 정책을 본격화한 이후 전례없는 후퇴 국면을 겪고 있다"며 부동산기업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와 중국 청년 실업률 문제 등을 언급했다.

또 나카자와 위원은 핵 미사일을 운용하는 중국 로켓군 사령관들이 일제히 숙청되고 친강 외교부장까지 돌연 경질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공산당 조직 내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 원로집단이 "이대로 정치, 경제, 사회 혼란이 길어지고 효과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민중의 마음이 (공산)당에서 벗어나 우리의 통치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 시 주석을 향한 직언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

"더 이상 혼란 안 돼" 직언에 시진핑 "내탓이냐"
중국 원로들은 베이다허 회의에 앞서 따로 모여 시 주석을 비롯한 현 수뇌부에게 전달할 의견을 정리한 뒤, 대표자를 뽑아 베이다허 회의에 보냈다고 한다. 대표로 나선 원로는 시 주석에게 "더 이상 혼란을 초래하지 말라"며 강한 어조로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국가부주석 출신인 쩡칭훙(84)이 앞장서서 시 주석을 다그쳤다고 한다.

나카자와 위원은 "원로드로부터 예기치 못한 엄한 이야기를 들은 시 주석의 내심은 편치 않았을 것"이라며 "시 주석은 다른 자리에서 본인의 측근들을 모아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했다.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내게 덮어씌워졌다. 10년 동안 노력했는데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다. 이게 내 탓이냐"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과거 정권 탓을 했다는 것.

나카자와 위원은 "시 주석 발언의 행간을 읽으면 '지금 남겨진 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너희의 일이며 책임이다'라는 뜻"이라며 "시 주석의 모습에 측근들은 떨렸다. 특히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창 총리가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발 질문에 체면 구길까봐 G20 불참 결정했을 수도"
나카자와 위원은 이 같은 위기감 때문에 시 주석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현장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중국 경제에 대한 시 주석의 의견을 묻는 '돌발 질문'이 나온다면 체면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 주석이 불참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의 방중으로 미중관계가 완화의 조짐을 보인다는 전망이 있으나 완전한 오해다. 미중 모두 경제문제에 있어 양보는 없다"며 "어려운 국면에서 시 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소로 만나는 장면을 연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1987년 닛케이에 입사해 1998년부터 3년 간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부터 닛케이에서 중국 총국장 역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저서 '극권·시진핑 중국 전성 30년의 끝'을 출간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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