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눈이오름] 다시 돌아온 마음의 쉼표! 이제는 드문 풀밭 오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중산간에 있는 용눈이오름은 오름이라기보다 관광지에 가깝다. 한라산 서쪽의 새별오름과 함께 제주에서 여행자가 가장 많이 찾는 오름이다. 탐방객이 끊이지 않다 보니 그만큼 훼손이 가속화되었고, 급기야 지난 2021년 2월부터 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며 출입이 전면 통제되었다. 그렇게 떠났던 용눈이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2년 5개월의 휴식을 끝내고 7월부터 탐방이 재개된 것이다.
훼손 심해 2년 5개월간 '휴식'
오름 전체에 나무가 거의 없이 풀밭을 이룬 용눈이오름은 들머리에서 정상까지의 고도차가 88m로 낮고, 능선의 부드러움이 제주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목장 같은 초지대 구릉을 따라 탐방로가 순탄하며 사방을 조망하기도 좋아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의 많은 오름이 나무가 거의 없이 풀로 뒤덮인 민둥산이었다. 그 흔적은 지금도 제주 곳곳에 '민오름'이라는 이름의 오름이 여럿 있는 것에서 확인된다.
오름엔 띠와 억새가 무성했는데, 제주 사람들은 그것을 베어다가 안거리, 밖거리의 지붕을 덮었고, 땔감이나 가축 먹이로도 썼다. 띠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며 억새와 닮았다. 그러던 것이 난방시설의 현대화와 지붕개량사업, 국토녹화사업 등이 추진되며 억새와 띠의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오름은 점점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자연적으로 증식된 소나무도 합세해 지금은 초지대가 한 평도 없는 오름이 수두룩하다. 그러니 아직도 온통 풀밭인 용눈이오름의 존재감이야 말해 무엇할까!
그러나 최근 용눈이오름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소나무 씨앗이 여기저기서 발아하며 몇 해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소나무가 많아졌다. 아부오름과 백약이오름의 굼부리 능선이 하루가 다르게 소나무 숲에 잠식되어 가는 것처럼 용눈이오름도 그럴 날이 멀지 않은 것일까?
뜻을 알 듯 말 듯한 오름 이름이 참 재밌다. 용이 누운 형태 또는 용이 누웠던 자리 같아서 '용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전한다. 한자로는 '용와악龍臥岳' 또는 '용와봉龍臥峰'으로 표기한다. 말 그대로 오름은 용이 누웠던 흔적이라 여겨질 만큼 굼부리의 형태가 복잡하다. 남북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용눈이오름 굼부리는 전체적으로 풀밭이다.
용이 들고난 자리
북동쪽 정상을 포함한 세 개의 봉우리가 마주 본 가운데 그 안에 완만하게 이어지는 구덩이 세 개를 품은, 동서로 길쭉한 굼부리가 들어앉았다. 이 주화산체를 중심으로 서쪽에 원형으로 오목하게 파인 앙증맞은 굼부리를 가진 알오름이 보이고, 북동쪽에 원추형 알오름 몇 개도 널브러지듯 이어진다.
이렇듯 용눈이오름은 다양한 종류의 화구를 가진 복합형 화산체 모양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오름 기슭으로 용암류와 함께 흘러내린 토사가 쌓인 부드러운 굴곡의 언덕이 분포한다.
표면의 들고남은 이처럼 파도치듯 역동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완만한 초지대여서 걷는 즐거움이 특별하고, 탐방 내내 능선 어디서라도 막힌 데 없이 조망이 트여 눈맛도 좋다. 또 부드러운 능선이 겹치며 만들어내는 풍광이 아름답고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오름의 북쪽 자락을 끼고 2차선 포장도가 지나기에 접근성이 빼어나다. 또 넓은 주차장에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서 탐방 환경이 쾌적한 편. 주차장에서 바로 탐방로가 시작된다.
정상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닿고, 오름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도 20분이면 넉넉하다. 때문에 아이와 함께 올라도 부담이 없다. 새벽이면 일출을 보려고 찾는 이도 많다.
정상 다녀오는 일부 구간만 재개방
시원스레 펼쳐지는 사방 조망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오르내리는 내내 하늘에 걸어둔 선녀의 치맛자락 같은 다랑쉬오름과 가운데를 살짝 눌러놓은 찐빵 같은 아끈다랑쉬오름의 멋진 자태가 시선을 끈다.
오름 능선에 서면 가을 억새가 장관인 손지(손자)오름과 동거문오름, 높은오름 등 송당리의 숱한 오름이 켜켜이 쌓인 모습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쪽으로는 은월봉, 두산봉, 지미봉이 겹친 풍광 뒤로 우도가 긴 꼬리를 드리우며 바다 위에 떠 있고, 그 옆으로 떡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실루엣의 성산일출봉이 대체 불가한 자태로 시선을 끈다.
지난 7월에 재개방되면서 오름 탐방로 일부가 막힌 것은 아쉽다. 진입로에서 출발해 굼부리를 만나고부터 왼쪽 능선을 따라 정상을 오가는 구간만 열린 것. 모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탐방객과 그중 일부가 출입이 금지된 굼부리 아래까지 드나들며 훼손을 부추긴 탓이다.
용눈이오름은 탐방을 위해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이 오름은 자락에 있는 목장의 방목지다. 그래서 탐방로에서 풀을 뜯는 말과 소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 배설물이 탐방로 곳곳에 지뢰처럼 떨어져 있기에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말과 소가 다니는 곳이다 보니 진드기의 위험 또한 높다. 초지대에 함부로 앉지 않는 게 좋다. 만일 마소를 만나면 가까이 가지 말고, 만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탐방하는 내내 그늘이 없으니 모자를 준비하거나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는 것도 필요하다.
교통
번영로의 대천환승정류장을 출발해 송당리를 포함한 구좌읍 중산간 일대를 한 바퀴 도는 810-1번 버스가 오름 앞 정류장에 정차한다. 그러니 다른 지역에서는 일단 대천환승정류장까지 와야 한다.
맛집
가까운 송당리의 '로터리식당'이 먹을 만하다. 허름한 외관이지만 주변에서 일하는 인부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곳일 만큼 딱 집밥 식단이다. 점심때면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 정식이 8,000원, 라면과 짜파게티는 4,000원. 예약은 불가.
주변 볼거리
비자림 수령 500~800년이 넘는 비자나무 2,800그루쯤이 밀집해 자생하는 숲으로,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7~14m, 가슴 높이의 직경이 50~110cm에 이르는 거목들이 군집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숲이다. 숲속엔 콩짜개란과 풍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 난과식물도 자생하고 있다. 숲 산책로는 걷기 편한 A코스와 다소 거친 B코스로 나뉜다.
입장료
3,000원.
문의
064-710-7912.
제주레일바이크
용눈이오름 동북쪽 자락에 들어선 제주의 들녘을 달리며 대자연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로, 한 바퀴 도는 데 30분쯤 걸린다. 달리는 내내 용눈이오름이 멋지게 조망되며, 초여름이면 형형색색으로 핀 수국이 장관이다. 비가림막이 설치된 레일바이크로,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움직인다. 사슴과 염소, 말 등을 만지고 먹이 주기 체험도 가능한 '작은동물원'도 있다. 2인승은 3만 원, 3인승 4만 원, 4인승 4만8,000원.
문의
064-783-0033.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