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LG 차례로 타격한 요상한 구름… 차라리 초반에 더블헤더-월요일 경기 해야 할까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참 요상한 비구름이었다. 마치 야구에 심술이라도 난 듯, 야구장만 골라 다니며 굵은 빗줄기를 뿌려댔다. 그 결과 한 경기는 취소됐고, 한 경기는 노게임이 될 뻔했다.
5일 KBO리그는 ‘비구름’이 화제였다. 이날 전국은 대체로 맑을 것으로 예보됐고 실제 그랬다. 두산과 KIA의 경기가 예정된 잠실구장도 그런 예보를 따라가는 듯했다. 선수들의 경기 준비에 아무런 차질이 없을 정도로 날이 좋았다. 단지 9월치고는 조금 더울 뿐이었다. 홈팀 두산은 물론 원정팀 KIA도 정상적으로 훈련을 마치고 플레이볼을 기다렸다. 관중 입장도 순조로웠다.
그런데 오후 5시 50분을 전후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은 맑은데, 서쪽 하늘은 흐렸다. 기후 변화로 요즘 부쩍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국지성 호우였다. 그것도 국지성 중의 국지성이었다. 서울 동남부에만 비구름이 몰렸다. 조금 있으면 비구름이 동쪽으로 이동해 그칠 줄 알았지만, 비구름이 유독 굼떴다. 굵은 비는 1시간 이상 이어졌다.
결국 경기장 곳곳이 물을 머금었고, 경기 준비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취소됐다. 구단도, 선수단도, 팬들도 황당한 취소였다.
두산도 두산이지만, KIA에 조금 더 타격이 큰 우천 취소였다. 두산도 경기가 많이 밀리기는 했지만 KIA 정도는 아니고, KIA와 달리 월요일에 경기를 해 연전을 피한다는 위안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20경기가 취소돼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일정이 빡빡한 KIA는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더블헤더 일정이 3번이나 잡혀 있는 상황에서 시즌 막판 이 경기를 위해 잠실을 다시 찾아야 한다. 선발의 유불리를 떠나 그냥 경기를 하는 게 여러모로 나았다.
이 비구름의 심술은 잠실을 괴롭힌 뒤 곧장 수원으로 내려갔다. 수원구장 주위에 다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수원의 다른 지역은 비가 안 오는데, 야구장 주변만 비가 오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가 무려 104분이나 지연됐다. 시즌 초였으면 흔히 말하는 ‘노게임 각’이었다. 중단 시점 4-2로 앞서고 있었고, 실제 5-4로 이긴 LG로서는 노게임이 됐으면 다소 억울할 법도 했던 상황이었다.
기후 변화로 우리나라 날씨도 30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실제 올해 프로야구 잔여경기 일정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비슷하게 개막해도 144경기 정규 시즌을 10월 초에는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올림픽 휴식기가 있어도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이미 잔여경기 일정이 10월 10일까지 편성되어 있다. 잔여 경기 일정이 발표된 뒤에도 추후 편성된 경기가 있어 이때도 포스트시즌에 못 들어간다. 한국시리즈 일정 상당수도 11월로 미뤄지게 됐다.
가장 중요한 축제를 조금이라도 좋은 날씨 속에서 치르고 싶은 건 당연하다. 날이 추우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고, 팬들의 관람에도 방해가 된다. 그렇다고 경기 수를 줄이기도 힘들다. 이미 한국 야구의 모든 산업은 144경기에 맞춰 세팅이 되어 있다. 구단 수입도, 협력사 일정도 다 여기에 맞춰져 있다. 경기 수를 줄이는 건 산업의 후퇴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돔구장을 막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확정된 청라돔구장도 2028년 개장이다.
그렇다면 일정에서의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 편성이다. 7~8월에는 더우니 이 시점은 배제하고, 날이 비교적 괜찮은 4~5월 시즌 초반에 밀리는 경기가 있다면 월요일 경기 혹은 더블헤더를 편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잔여 경기와 시즌 막판 일정 변수를 줄일 수 있다.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월요일 경기는 경기가 없는 날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다만 선수단은 대체로 월요일 경기를 싫어한다. 일주일에 하루 온전한 휴식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구단 감독은 “해야 한다면 월요일 경기보다는 차라리 더블헤더가 낫다. 7~8월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반대로 더블헤더는 구단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있다. 결정적으로 수입에 타격이다. 평일 오후 3시는 구단으로서는 최악의 시간이다. 사실상 경기장이 텅텅 빈 채 경기를 해야 한다. 입장 수익이 반토막 이상 난다. 방송사 등 연관 산업의 생각도 들어봐야 한다. KBO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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