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따뜻함이 다채로운 붓질로 빛나는…이미 크뇌벨 개인전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9. 6. 0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일 추상 거장 이미 크뇌벨
리안갤러리 대구 신관 개관전
10월 14일까지 신작 등 12점 펼쳐
이미 크뇌벨, Figura Chi(2019) Acryl Aluminium_249.5x210.7x4.5cm <리안갤러리>
빛에 따라 오묘하게 색깔이 바뀐다. 네모반듯한 화면은 거의 없고 뭉텅이로 자른 듯한 알루미늄판 위에 붓질이 고스란히 드러난 덕분이다. 유기적 형상 속에서 봄날의 아지랑이도 떠오르고, 가을 벌판의 바람도 느껴지는 듯 공감각이 살아난다.

독일 추상미술 거장 이미 크뇌벨(83)이 리안갤러리 대구 신관 개관을 기념한 전시 ‘Figura(피구라·형상)’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면 분할 등 조형적 실험을 시도한 신작 등 대표작 12점이 펼쳐졌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순수 전시장만 3개 140평 규모로 크고, 주 전시장 층고가 무려 9m에 달해서 초대작 전시도 가능한 공간을 펼쳤다. 알루미늄 패널 외관이 인상적인데 내부도 자연광과 인공광이 조화를 이뤄, 역시 알루미늄인 크뇌벨의 평면 회화도 하루 시간대에 따라 다른 빛깔을 뿜어내 예술체험이 극대화된다.

독일 데사우에서 태어난 크뇌벨은 개념미술 작가 요셉 보이스(1921~1986)의 제자로 틀을 깨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사각 캔버스 틀이라는 전통 회화 양식부터 탈피하려는 작품을 쏟아냈다. 기하학적이거나 유기적인 형태로 변형되는 독창적인 조형 세계가 특징이다.

이미 크뇌벨, Zwei Elemente-2(2022) Acryl Aluminium_2-teilig, 35x88.3x1.6cm <리안갤러리>
1990년대부터는 집에 있던 낡은 거울 프레임에서 영감받아서 알루미늄판을 회화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Figura 연작은 조립식 알루미늄을 기하학적 형태로 잘라내고 그 위에 여러 색채를 덧칠한 작업이 상징적인 작품이 됐다. 작가는 “딸이 운영하는 제과점의 케이크나 손녀의 자유분방한 색칠놀이 등 일상이 그의 작품 형상과 색채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감을 흡수해 버리는 종이와 달리 금속판은 붓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색채 본연의 생동감이 관람객에게도 바로 전달된다.
이미 크뇌벨, Kleiner_Archetyp_16c(2022) Acryl Aluminium_45.8 x 64.4 x 3 cm <리안갤러리>
신작 중 하나인 ’Kleiner Archetyp 16c’(2022)는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해 전시작에 포함됐다. 지난 2008년 독일 홀레 펠스 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비너스상(Venus of Hohle Fels)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매머드 상아에 조각된 인류 최초의 여성 조각상을 마치 춤추는 듯한 여성의 실루엣으로 표현한 알루미늄 회화다. 평평한 조각 같은 알루미늄 패널은 건축적인 추상화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작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크뇌벨은 기존에 리안갤러리에서 열린 국내 개인전 3회에서 완판한 데 이어 이번 개관전 작품들도 작품이 걸리기 전 4점이 팔렸을 정도로 대구 컬렉터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크뇌벨, Figurae C (2020) Acryl Aluminium_268.8x211.5x4.5cm <리안갤러리>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크뇌벨은 유럽의 순수함을 품은 세련된 조각 같아 매력적이다”라며 “왜 한국 작가, 이왕이면 대구 출신 작가를 개관전에 소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세계적인 작가 전시로 지역 화랑 이름을 해외 에까지 알리는 것이 대구 지역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신관에는 기본적으로 한 작가만 소개하고, 지하 전시장에 전속 작가들(남춘모 김택상 이진우 윤희 김근태 김춘수 이광호 신경철)을 상시 전시하며, 앞으로 컬렉터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11월경 전속작가들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전시도 예정됐다.

한편 리안갤러리 대구 신관은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사무소인 포스터앤파트너스 출신 전필준 대구카톨릭대 교수가 맡았다. 낡은 본관도 내년에 헐고 다시 지어 수장고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구 이한나 기자

건축가 전필준이 설계한 리안갤러리 대구 신관 이미지 <리안갤러리>
이미 크뇌벨 작품 앞에 선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 <이한나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