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제비 세 마리

여론독자부 2023. 9. 6. 07: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현관문 앞에 똥을 누는 제비가 밉지 않다니, 땅거미 질 무렵이면 찾아와 자고 간다니, 지아비 앞에서 아내가 조석으로 '잘 자~' '잘 잤어?' 문안 인사를 한다니 깜짝 놀랐다.

제비는 없고 제비족만 있다는 서울에 살아서 그렇다.

제비는 빈집에는 살지 않는단다.

호모사피엔스를 경비원으로 고용한 제비들, 그들도 해충을 잡아먹어 농사를 도와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숙월
[서울경제]

현관문 앞에 똥을 누는 제비, 밉지 않다 유월 초 땅거미 질 무렵이면 찾아와 자고 가는 제비 반갑기만 하다 아내는 저녁이면 “제비야 잘 자~” 아침이면 “제비 잘 잤어?” 손주들에게 말하듯 한다 제비 역시 알아들은 듯 고갯짓을 한다 어미 품 벗어나 허해서일까 현관 전깃줄에 앉아 몸을 밀착시키는 제비 세 마리, 나란히 같은 쪽에 머리를 두고 있다 가끔 돌아앉아 반대쪽에 머리 두는 녀석도 있지만 서로의 몸 닿는 일 잊지 않는다 어느 날 불현 듯 이 집을 벗어나 낯선 처마 밑을 떠돌겠지 희귀종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일까 밤똥 참지 못하는 제비에게 눈길 주는 이 많다

현관문 앞에 똥을 누는 제비가 밉지 않다니, 땅거미 질 무렵이면 찾아와 자고 간다니, 지아비 앞에서 아내가 조석으로 ‘잘 자~’ ‘잘 잤어?’ 문안 인사를 한다니 깜짝 놀랐다. 제비는 없고 제비족만 있다는 서울에 살아서 그렇다. 제비는 빈집에는 살지 않는단다. 사람이 살아야 천적이 둥지를 넘보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를 경비원으로 고용한 제비들, 그들도 해충을 잡아먹어 농사를 도와준다. 오래된 공생, 언제까지 이어질까.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