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작곡가' 최재혁 "전통에 반기 드는 작업이 클래식 역사"
2017년 제네바 콩쿠르 작곡 부문 우승…앙상블 블랭크 지휘하며 현대음악 연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조금 과장하면 첫 페이지를 10번 정도 바꾼 것 같아요. 원래 시작이 어렵잖아요. 첫 페이지를 넘기는 데 한 해가 갔고, 이후 매듭이 조금씩 풀렸죠. 그렇게 3년이 걸렸네요."
'차세대 작곡가'로 주목받는 최재혁(29)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초연하는 자신의 오르간 협주곡 앙상블 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재혁은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은 현대 음악가다. 이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 등으로부터 작품을 위촉받는 등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다음 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매일 클래식' 공연에서는 자신의 첫 오르간 협주곡을 선보인다.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만큼 지휘도 직접 한다. 오르간 연주는 오르가니스트 최규미가 맡았다.
"느리게 시작했다가, 빨라졌다가, 조금 느려지는 그런 곡이에요. (웃음)"
최재혁은 아직 리허설 전이라 자신도 이 곡의 연주를 들어보지는 못했다며 이같이 곡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12분가량의 이 곡에 여태껏 자신이 좋아했던 소리가 모두 섞여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대학교 학부 때부터 대학원까지는 비슷한 음이 반복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마치 영원할 것 같은 음악을 쓰는 걸 좋아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매력이 있었다"며 "그러다 7∼8년 전부터는 다른 걸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긍정적인 의미로 폭력적이고, 과감한 느낌의 음악이다. 리드미컬하고 빠른 템포, 다양한 화성, 이를 뒷받침하는 소음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추구하던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악과 (새롭게 시도한) 과감한 음악이 따로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고, 그렇다면 두 음악을 융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에 선보이는 오르간 협주곡은 이 두 가지 미학을 잘 섞어보자는 마음으로 작곡했다"고 말했다.
사실 오르간은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친숙한 악기는 아니다. 최재혁 역시 오르간 협주곡을 작곡하며 상상에 많이 의존했다고 했다.
그는 "오르간은 한두 번 소리를 내보긴 했지만,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처럼 옆에 두고 자주 만질 수 있는 악기는 아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상상하면서 작업했다"며 "이런저런 가능성을 상상하며 작업하는 과정이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름 사이를 비집고 햇빛이 나오는 모습을 화음으로 표현해 넣기도 했다. 소리를 쫙 뿜어내는 오르간만이 할 수 있는 연주가 곡에 들어있다"며 "그렇다고 오르간이 계속 솔로로 연주되고 앙상블이 반주한다기보다는 둘이 협업하는 느낌의 곡"이라고 덧붙였다.
곡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던 중 다소 난해할 것 같다는 언급이 나오자 최재혁은 "모차르트의 곡도 난해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저도 처음에는 현대음악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우리가 아는 작곡가들도 원래 하던 걸 해오다 다른 걸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지금의 클래식을 만든 거잖아요. 전통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곡을 만들어가는 게 클래식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작곡을 시작한 이유에도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기 싫은 '내 마음대로 할래' 이런 욕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시대의 클래식 음악을 만들어가는 최재혁은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앙상블 블랭크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5년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만든 단체다. 앙상블 블랭크는 신진 작곡가들의 작품 초연도 종종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휘는 최재혁이 두각을 보이는 또 다른 분야이기도 하다. 그는 2018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사이먼 래틀 등과 함께 런던심포니를 지휘하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작곡이 혼자 상상을 펼치는 작업이라면, 지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호흡하는 작업이에요. 손끝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점이 공통점이죠. 굉장히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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