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2'에 강기영은 없었다 [인터뷰M]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 연기는 곧 배우의 이미지. 강기영의 이미지는 선(善)에 가까웠다. '열여덟의 순간'과 '우영우'가 그랬다. '경이로운 소문2'는 숨 가쁘게 달려왔던 그에게,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게 한 작품이 됐다. 자신에게 덧칠됐던 이미지를 깔끔하게 지워낸 그를 만났다.
최근 강기영은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이하 '경소문2')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소문2'는 새로운 능력과 신입 멤버 영입으로 더 강해진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더 악해진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 타파 히어로물이다.
강기영은 극 중 빌런 3인방 중 최악의 힘을 가진 최상위 포식자 필광 역을 맡았다. 카운터의 능력을 흡수하며 '악의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인물.
지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의 멘토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하며 선함과 따뜻함의 결정체로 이미지를 굳혔던 강기영. '서브아빠'라는 별칭도 붙었다. 그런 이미지를 180도 바꿔버린 드라마는 '경소문2'다.
강기영은 "'악역을 해봤다'는 성취감은 있지만, '잘했냐'는 다른 문제다. 스스로 만족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많이 배웠다. 빌런 데이터가 정립된 것 같다. 처음 했을 땐 막연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품 시작 전, 부담과 설렘이 공존했다. "대중들이 내가 편하게 연기하는 걸로 친숙해하시는데, 그전까지 이미지를 바꿀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우영우'가 잘되면서 부담도 컸지만, 설렘도 더 컸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부담을 기회로 활용했다. 강기영은 "압박을 느끼려고 선택한 '필광'이었다. 선택한 이상 후회는 없었다"며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김히어라와 김현욱이 대사를 주고받는 상황에서도 난 관객 같은 느낌이더라. 정말 둘 다 너무 잘했다. '표현을 이렇게도 하는구나' 배웠다. (악역은) 굉장히 성과가 있었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빌런 필광의 넘치는 카리스마와 파격 비주얼을 위해 상반신 탈의까지 불사했다. 강기영은 "'제대로 작정하고 벗어야 된다'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정말 부끄럽기 싫어서 열심히 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몸이 빨리 좋아지지 않더라. '4개월 준비하면 되겠다' 했는데 아니더라. 여러 해를 거듭해야 체지방까지 빼는데 그냥 말라버린 거다. 제일 많이 뺐을 땐 체중이 10kg 정도 차이가 났다. 물도 안 먹고 뺐을 때"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소문2'를 선택한 이유, 변화에 대한 갈망이었다. 강기영은 "처음에는 악이 끌렸고, 그다음에는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끌렸다. 배우를 15년 했는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정도 기간을 갈구한거다. (악역 제안이) 들어왔을 때 덥석 잡았고, 그만큼 감독님께서 확신을 주셨다"고 강조했다.
'경소문2'로 예전의 강기영을 지워냈다고. 학창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일반인 광고 모델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마의',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에서 조연을 맡으며 이름을 알려왔다. '열여덟의 순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서 선한 이미지의 인물로 사랑받으며 인기 배우 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라섰다.
"과거에는 인물보다 강기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게 고갈이 되더라. 비슷한 개그를 다른 작품에서도 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되다간 (어느 작품에서든) 강기영으로 보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강기영은 "('경소문2'에서는) 강기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워낙 성격도 너무 다르고, 외양, 하는 짓도 너무 다르다. 여전히 대중들이 강기영처럼 봤을 수도 있겠지만, 많이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스스로에게 너무 혹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연기할 땐 그런 것 같다"며 덤덤히 인정한 그다. "평소엔 게으르기도 하지만, 연기할 땐 평가를 피할 수 없지 않나. 창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팔색조 배우를 꿈꾼다"는 그는 "작품이 좋으면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며 '열일' 의지를 피력했다. "요즘에 '카지노'를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수리남' 같은 느와르 장르도 해보고 싶다. 멜로도 많이 안 해봐서 해보고 싶긴 한데, 부담감이 빌런 연기보다 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이 직업이 너무 재밌다. 두렵고 불안해서 더 재밌는 것도 있다. 평가받는 건 무섭지만, 안 해볼 수는 없다. 그게 일의 원동력이 됐다. 또 가장이니까"라고 말을 맺었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tvN,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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