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16) 사이클 나아름
유럽 무대 개척자…작년 전국체전서 장비 안 쓰고 '특별한 도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나아름(삼양사)에게 본격적으로 '사이클 여제'라는 칭호를 붙은 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다.
당시 나아름은 개인 도로, 도로독주, 단체추발, 매디슨까지 도로와 트랙의 경계를 넘나들며 금메달 4개를 거머쥐고 돌아왔다.
'4관왕' 나아름을 앞세워 한국 사이클은 역대 최고 성적(금메달 6개)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실 나아름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여자 사이클의 간판이었다.
2010년 3월 덴마크에서 열린 세계트랙선수권대회 3㎞개인추발 경기에서 3분39초518로 한국 기록을 4초 단축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때 나이가 스물이었다.
이듬해에는 국제사이클연맹(UCI) 제1차 트랙월드컵에서 한국 사상 최초로 여자 포인트 경기 금메달을 땄다.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 도로독주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국 사이클에 귀중한 금메달을 안겼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금메달을 수확하면 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다. 아직 대표팀의 종목별 출전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나아름은 이번에도 트랙과 도로를 가리지 않고 나설 전망이다.
국제 대회 성적을 빼고도 나아름은 '입지적 선수'다.
나아름은 2019년 이탈리아 여자프로사이클팀 알레-치폴리니에 입단했다.
한국 선수의 세계적 명문 프로팀 입단은 2012년 호주 '오리카'에 합류한 구성은(서울시청) 이후 나아름이 두 번째다.
나아름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밝힌 입단 '뒷이야기'는 사뭇 흥미롭다.
나아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단 제의를 받은 시점은 2018년 12월이다. 당시 나아름은 꿈이 이뤄진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해외팀이 보낸 메시지가 영어가 아닌 한글로 돼 있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해 내막을 알아본 나아름은 '충격적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그해 여름부터 이 팀이 영입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로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나아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으로 바빴고, 소셜미디어를 자주 하는 편도 아니어서 '러브콜'은 한동안 방치돼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유럽 투어의 꿈을 이룬 나아름은 여자 도로사이클 최대 대회인 '지로 로사'에도 출전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도로 사이클 부문 출전자도 나아름이었다. 2019 아시아 도로사이클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딴 덕에 출전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로써 나아름은 '트랙 최강' 이혜진(서울시청)과 함께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다시 한번 간판임을 입증했다.
거칠 게 없던 나아름도 어느덧 33세가 됐다. 신체의 출력이 조금씩 떨어질 연령대다.
그래서인지 나아름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여자 일반부 도로독주 25㎞ 결승에서 속도계를 포함한 각종 장비의 데이터를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전문 사이클 선수들은 기록 향상을 위해 속도계, 심박계를 비롯해 선수 출력을 측정하는 파워미터 등 여러 장비를 경주 중 활용한다.
나아름은 날카롭게 벼려둔 '경주 감각' 덕에 장비에 의지할 필요가 없었던 과거의 자신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도로 독주는 함께 뛰는 동료나 경쟁자 없이 한 명씩 출전 선수 혼자만 달리는 만큼 무엇보다 개인의 경주 운영이 중요하다.
37분46초778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딴 나아름은 원했던 감각을 완전히 되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초심'을 맛봤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돌아봤다.
올해 첫 도로 대회인 '2023 창녕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에서 여자 일반부 개인도로 우승자는 나아름이었다.
두 번째 대회 '3·1절 기념 강진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에서도 나아름이 개인도로 종목을 제패했다.
지난 6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 도로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는 러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귀화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올가 자벨린스카야에 밀려 아쉽게 은메달을 땄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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