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건축 분류체계의 투명성이 필요할 때

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2023. 9.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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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건축의 세 가지 요소인 기능, 구조, 미(美)는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축물은 기능이 바뀌고 구조도 보강되며 미적 모습도 얼마든지 탈바꿈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건축을 말하고 원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런 표현 자체가 다소 막연하다는 인상이 든다. 규모와 용도에 따라 공공건축물이냐 민간건축물이냐에 따라 너무나 다양한 담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건축학교육이 5년제로 전환돼 운영된 지도 20년이 지났다.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면성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문득 일본의 1급 건축사와 2급 건축사 제도가 생각난다. 쉽게 말하자면 대규모의 공공건축물과 소규모의 민간건축물은 차원이 달라 그 접근방식과 해결방식도 달라야 한다는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러 제자들 중에서 서울 소재의 대규모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동네건축사로 활동하는 친구들의 모든 과정을 생생히 알고 있기에 어쩌면 일본의 시스템이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 데 더 적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얼마 전 매체를 통해서 OECD 국가들 중 총사업비(공사비) 대비 설계비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지만 한국의 건축현실에 대한 민낯을 볼 수 있는 자료였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 적정한 보수를 부여하지 않는 데는 혹시 안전이나 구조적 튼튼함을 강조해 상대적으로 불균형적인 예산 재분배의 결과가 설계비를 줄이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물론 다른 제품에도 여러 가격대가 존재하듯이, 건축물이나 공간 역시 자본력과 기술력, 그리고 인건비 등의 복잡한 상호관계 속에서 다양한 그레이드로 세분화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이나 명품샵을 가는 것과 시장이나 인터넷 홈쇼핑에서 서핑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결국에는 물건에도 가성비가 있듯이 건축물에도 어느 정도 가성비는 존재할 것이다. 용역, 즉 서비스에 있어서도 가성비가 높은 제공자에게 수요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이치인 셈이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순살 아파트니, 부실시공이니 하는 건축적 이슈들로 그것들과는 무관하게 꾸준하고 성실하게 건축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덩달아 무기력해지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공공건축물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명품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특단의 혁신방안 등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그것의 실효성도 아직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명품 건축물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구현하는 데 뭐가 부족하고 안 되어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한 대안이 필요할 때다. 내 밥그릇과는 크게 무관하다고 방관하던 과거의 모습은 건축문화의 발전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될 것이고, 공공건축물은 세분화돼 그에 맞는 예산과 시간 등을 확보하면서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설계(디자인) 능력이나 시공 기술력이 충분히 확보된 우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좋은 공공건축물이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관련자들이 너무 힘들게 일을 하는 데는 반드시 그 원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과거처럼 적은 예산으로 쥐어짜듯이 빨리 빨리 건설을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고, 그렇게 완성된 것을 대단한 과업으로 자랑처럼 얘기하는 것도 눈살 찌푸리며 보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정치가들이나 지자체장들 역시 자신의 임기 중에 준공식을 하기 위해 무리한 행정을 강요하진 않는 그런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는 언제쯤 가능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공공, 민간 할 것 없이 건축에 있어서 보다 세분화된 분류체계와 투명한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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