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세계 1위인데… 힘 못 쓰는 '함정 수출' 강화하려면

최유빈 기자 2023. 9. 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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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세계로 뻗는 K-방산] ③ 전방위 정부 지원으로 함정 수출 확대해야

[편집자주]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 군비 경쟁이 증가하면서 한국의 방산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173억달러(약 23조원)로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쓴 데 이어 올해는 200억달러(약 26조5000억원)를 목표로 잡고 수출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방산 4대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방산 한류'를 따라가 봤다.

HD현대중공업에 입항한 필리핀 해군의 ‘호세 리잘함’이 HD현대중공업 임직원과 정조대왕함 승조원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기사 게재 순서
①또 신기록 노리는 K-방산… '4대 수출국' 도약 꿈 성큼
②전쟁 판도 바뀐다… 진화하는 K-방산
③조선산업 세계 1위인데… 힘 못 쓰는 '함정 수출' 강화하려면
한국 조선산업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도 고부가 기술을 바탕으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은 다양한 함정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관련 선박 수출은 부진하다고 평가된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 외에도 민관 협력 강화, 금융지원 등 수출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K-함정, 기술력에도 세계 시장서 인지도는 낮아


한국은 함정 분야에서 경쟁국보다 높은 비교우위를 확보했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주요 방산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평가와 발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무기체계 현시비교우위(RCA) 지수는 ▲함정 9.2 ▲화력 9.1 ▲유도무기 1.2 ▲기동 0.6 ▲고정익 0.4 ▲회전익 0.0 등으로 조사됐다. RCA는 특정 무기체계가 '전 세계 방산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한국 전체 방산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는 지표다. RCA가 1이상인 경우, 국산 무기체계가 비교우위를 갖는다는 의미다.

한국의 함정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양분한다. HD현대중공업은 1975년 한국 최초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이지스함 5척, KDX-Ⅱ 구축함 3척, 호위함 12척, 초계함 6척, 잠수함 9척, 경비·구난함 31척, 자위함 7척, 수출함 14척 등 총 102척의 군함을 건조했다. 이중 총 14척을 수출하며 국내 최다 함정 수출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호위함과 초계함, 원해경비함을 수주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국 최초 잠수함 수출 타이틀을 갖고 있다. 1983년 초계함 '안양함'을 시작으로 1500톤급 프리깃함, 해양경비함, 초계함 등을 건조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로 해군 강국인 영국에 군수지원함을 수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 5월 기준 한화오션이 그동안 건조한 수상함 및 잠수함은 약 100척에 달한다.

문제는 한국 조선사들이 잠수함·대형 수송함·호위함·초계함·유도함 등 여러 함정 건조기술을 확보했으나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미국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가 매년 집계하는 '세계 100대 방산업체 순위'에 포함된 한국 조선사는 한 곳도 없었다. 세계 함정 시장은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영국 AE시스템즈,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선도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함정 기술력은 주요국의 기술과 비슷하지만 개별 기업의 인지도가 낮다"면서 "해외시장에서 휴전국인 한국의 함정이 실전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 함정건조 강화 사활… '수출 강화 전략' 마련 필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전시된 한화오션의 함정 모형. /사진=한화오션
국내 조선사들이 함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난이도 함정은 유럽 조선소들이, 중저가 함정은 튀르키예 조선소가 한국의 경쟁자로 지목되는데 이들과의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산업계는 국가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나의 팀(Team Ship)으로 싸울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수주전에 뛰어든다면 경쟁이 과열되고 이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주 실적을 쌓았음에도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원천기술을 보유한 방사청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기술료 면제를 연장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방산업체가 수출에 성공하면 국방과학연구소에 기술료를 내야 한다. 기술료는 무기 가격에 반영돼 이를 면제해줄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 수주는 기술, 가격의 문제를 넘어 국가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정부가 외교적인 측면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25조원에 달하는 방산 수출에 성공한 배경엔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방산 수출은 정부 주도 아래 이뤄지기 때문에 민관이 협력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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