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아파트값 서울 25개구 중 8개구만 상승…"시장 안갯속"

최서윤 기자 2023. 9. 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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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외경제·국내경기 여건 부정적…당분간 더 오르더라도 연말 지나 변곡점"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매물 4채 중 1채는 전국적인 투자수요가 몰리는 '강남3구'에 집중됐다. 사진은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2023.9.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서울의 일부 선도 단지 상반기 반등에도 전체 아파트값 평균은 오히려 지속 하락해 보합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 뚜렷한 반등을 보인 지역은 서울 25개구 중 8개구에 그치고 있다.

당초 예측과 달리 일부 지역·단지 반등이 시장 전반의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와 국내경기 여건상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소폭 상승 흐름을 이어가더라도 어느 순간 보합에 접어들거나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말 많이 하락한 뒤 소폭 반등…강남만 전고점 가까워져

6일 KB부동산 8월 시계열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작년 6~7월 100.6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했다. 다만 거래량이 늘며 일부 단지가 반등하기 시작한 올해 5월부터는 90.9에서 하락 폭이 좁아져 6월 90.6, 7월 90.4, 8월 90.3까지 내려왔다.

강북 14개구 매매가격지수는 88.5로 서울 전체 평균보다 낮다. 강북 지역은 이미 4월 90.7에서 5월 89.7, 6월 89.3, 7월 88.8로 떨어졌다.

다만 강북 14개구 중에서도 마포·성동·종로 3개구는 반등했다. 마포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4월 92.7에서 5월 92.1로 떨어진 뒤 6월엔 92.0으로 보합, 7월부터 92.2, 7월 92.5로 반등했다. 성동구는 6월 90.7에서 7월 90.4까지 떨어진 뒤 8월 90.5로, 종로구는 6월 97.1에서 7월 97.2, 8월 97.3으로 각각 올랐다.

반면 강남 지역 매매가격지수는 92.0으로 서울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체 11개구 중 강남·강동·서초·송파·양천 5개구가 반등해서다.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4월 95.0에서 5월 94.8로 하락 폭을 좁힌 뒤 6월 95.1, 7월 95.5, 8월 96.0까지 올라 100선에 다시 가까워졌다.

강동구는 6월 88.9까지 내려갔다가 7월 89.3, 8월 89.7, 같은 기간 서초구는 95.2→95.3→95.7, 양천구도 92.9→93.1→93.4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서울에서도 거래량이 많았던 송파구는 5월 89.7에서 6월 90.5로 가장 빨리 반등했다. 이어 7월 91.3, 8월 92.1까지 올라왔다.

이처럼 강남 지역 중심의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나머지 강북 11개구와 강남 6개구 매매가격지수는 하락 폭만 좁혔을 뿐 계속 내리막길이다.

◇"상승 반전이지 대세 아냐…계속 오르진 못할 것"

당초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000건대로 회복된 4월부터 가격 반등을 전망, 선도 단지에 후행해 전반적인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특히 KB선도아파트50지수가 5월 89.0까지 내려간 뒤 6월 89.7로 반등, 7월 90.6, 8월 91.7까지 상승하자 이 같은 관측은 더욱 힘을 받았다. KB선도아파트는 △송파구 12개 아파트를 비롯해 △강남 12 △양천 8 △서초 6 △강동 4 △마포 2 △용산 2 △중구 1 △서대문 1 △강서 1 △영등포 1개 순으로 분포돼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상승 흐름이 시장 전반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여전히 평년 수준(6000건)의 절반에 머물러 있는 데다 거래 비수기인 지난 7월엔 직전 3849건에서 3591건으로 올해 첫 감소,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가격은 작년 12월이 저점이었는데 당시 한 달에 마이너스(-) 1.4% 이상 빠진 반면 오르는 건 0.01~0.02%씩 올라 100배 차이가 난다"면서 "상승 반전됐다는 의미이지 상승 대세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집값 상승을 견인한 강남 3구는 투기과열지구라 대출이 어려워 아직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많다는 의미이지만 이들은 실수요가 아닌 투자(투기)나 가수요"라고 짚었다.

관건은 하락을 딛고 반전한 '소폭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추가적인 부동산 대기업 파산 우려가 여전해서다. 대외경제 불확실성은 내수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국내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권 교수는 "현재 3.5%의 금리를 유지 중인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면 우리도 한번쯤 올려 고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중국도 비구이위안이 10월부터 채무를 갚겠다고 했지만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여전히 있는 데다 다른 대형 부동산 업체들도 부도 직전의 위기"라며 "6~7월부터 8월 중순까지의 무역흑자도 내막을 보면 수출이 줄었는데 수입이 더 줄어든 것"이라고 대내외 불확실성을 설명했다.

특히 2021년 하반기 헝다 사태가 중국 경제에 반영된 건 작년 2분기(경제 성장률 0.4%)로, 대외 위기가 우리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시차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즉, 대외경제와 국내경기가 이미 악화 중인 상황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만 불안한 상승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지금의 상승세는 연말이나 내년 초까진 갈 수 있지만 이후엔 불확실하다"면서 "이후 또 한 번 하락이 올 수 있고 또는 보합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도물량도 많고 방향 잡기 어려운 안갯속"이라면서 대외경제 여파와 경기에 따라 올 연말을 기점으로 변곡점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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