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에는 문제가 있다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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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바닥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15년간 낙동강을 모니터링해온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렇게 많은 메탄가스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낙동강과 지류인 감천이 만나는 합류부였다.
이곳은 강바닥을 깊게 파헤친 낙동강 본류와의 수심 낙차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면서 감천의 모래가 흘러들어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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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바닥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깊은 수심을 수직 유영해 올라온 거품은 수면에서 발진하듯 터졌다. 그러고 나면 다음 거품이, 또 다음 거품이 경쟁하듯 올라왔다. 수백 개 기포가 '흐르지 않는' 강의 장막을 뚫고 올라왔다.
기포의 정체는 강바닥에서 올라오는 메탄가스였다. 보가 설치되면서 유속이 느려지자 유기물질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것들이 썩으면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0배나 큰 메탄가스를 뿜어냈다. 15년간 낙동강을 모니터링해온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렇게 많은 메탄가스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4대강 보로 가로막힌 강은 여전히 변화하고 있었다. 점점 더 나쁜 쪽으로. 구름 한 점 없는 33℃의 뜨거운 태양 아래, 취재진은 ‘이상한 세계’에 와 있었다.
지난 7월20일, 감사원에서 4대강에 대한 다섯 번째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정부에서 금강과 영산강의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도록 결정했는데, 잘못된 수질 평가를 토대로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환경부의 평가가 엇갈렸다. 수질 지표인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같은 용어를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정부가 BOD 개선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수치가 나아지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강의 수질·수생태계 전체를 판단하기 어렵기도 했다.
비어 있는 ‘과학적 진실’을 메운 건 현장의 강이었다. 메탄가스가 끝없이 올라오는 이 강에는 문제가 있었다. 침묵하는 강은 ‘정치가 된 과학’엔 무관심했다. 그저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고 싶어 할 뿐이었다.
정수근 사무처장이 이번엔 ‘진짜 강’을 보여주겠다며 취재진을 이끌었다. 낙동강과 지류인 감천이 만나는 합류부였다. 이곳은 강바닥을 깊게 파헤친 낙동강 본류와의 수심 낙차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면서 감천의 모래가 흘러들어온 곳이다. 모래가 퇴적하자 낙동강은 원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모래톱 위에 신발을 벗어두고 감천으로 들어갔다. 바지가 모두 젖을 때까지 강바닥을 휘저으며 걸었다. 강이 흘렀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극히 온전한 순간이었다.
4대강 사업은 2011년 완료됐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이 사업의 결과를 어떻게 배우고, 알고 있을까? 이들에게 두 강을 보여주면 무엇이 옳다고 말할까? 자연의 본성은 다정함이 아니라 엄혹함이다. 인간은 특별한 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인간에게 요구하는 바는 단순하다. 그저 흘러가게 두라는 것. 강은, 그리고 강에 기대어 사는 모든 생명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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