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가 드러낸 'DSR 구멍'…어떻게 메울까
장래소득·금리 변동 반영한 DSR 개선 검토
생애주기 고려한 상환가능성 DSR 산정체계 필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방식을 미세조정한다. 50년 주담대가 가계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자 대출한도를 줄이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당장은 50년 주담대를 통한 DSR 규제 우회는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DSR 체계의 구멍은 이것뿐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50년 만기 논란과 힘께 나왔다.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DSR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도 장래소득 감소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은 수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도 생애주기를 반영한 대출규제 방안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상환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DSR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점 드러낸 DSR
금융당국은 50년 주담대의 DSR 산정 시 만기를 40년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한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를 통해 차주는 소득과 대출금리 등에 따라 대출한도가 3000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핫' 했던 50년 주담대, 존재감 사라진다(9월2일)
하지만 이는 대출한도를 축소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DSR은 차주 소득과 대출금리에 따라 대출한도가 정해지는 구조다.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원금+이자)이 차주 월 소득의 40%가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진다.
50년 주담대의 경우 만기가 이전 주담대 상품(30~40년)보다 10년 이상 늘어나 월 상환액이 같아도 총 대출금액은 늘어난다. 현 DSR 체계 구멍을 파고든 셈이다. ▷관련기사: [50년 주담대 딜레마]①초장기 대출의 '양면'(8월16일)
이번 미세조정 방안은 적용 만기만 바꾼 것이다. DSR 산정 시 여전히 차주의 소득연령과 금리 변동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DSR 산정 체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가구소득이 더 많은 중장년층이 청년보다 대출한도가 더 크다. 하지만 중장년층은 청년들에 비해 은퇴 시기가 빨리 도래하고, 은퇴 후 상환능력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DSR 구간별 차주와 대출잔액 분포를 분석한 결과(2022년 상반기 말 기준)를 보면 DSR이 40%가 넘는 60대 이상은 대출잔액이 다른 연령 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DSR 40~50%인 60대는 대출잔액이 전체의 9.6%, DSR 50% 이상은 대출잔액 비중이 32.2%인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이상 비중도 차이가 크지 않다.
DSR이 높은 차주 가운데 60대 이상 차주는 소득 대비 대출잔액이 30~50대 차주보다 많다. 60대 이상은 현재 소득 뿐 아니라 향후 기대소득이 30~50대 차주보다 낮아 상환 부담이 크고 향후 부실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는 게 금융연구원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국내 주담대의 60% 이상이 변동형 상품이라는 특징도 반영하지 못한다. 지난해처럼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는 시기에는 차주들의 금융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는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상환가능성, 촘촘히 검증해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도 주담대 운영 시 대출한도를 제한하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구체적 적용 지표로 DTI(총부채상환비율)를 활용하는데, 차주의 상환능력 평가와 공시의무 등 주담대 관련 최소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주담대를 실행한 기관(은행 등)은 차주의 신용정보 뿐 아니라 현재와 향후 예상소득, 총부채와 DTI, 잔여소득 등을 고려해 대출 상환능력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차주의 부담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춰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금리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을 권고하면서 간접적으로 대출 감소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50년 주담대 논란을 계기로 현재 금융당국도 DSR 산정체계 들여다보고 있다. 향후 소득 변동분을 반영하는 장래소득 적용, 스트레스 금리 활용 방안 등이 논의 대상이다.
향후 금리 변동성을 반영하면 지금보다 보수적으로 대출한도가 산정된다. 장래소득에는 고령층에 접어들 때 소득감소분이 반영되면 중장년층은 지금보다 대출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도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DSR 산정 체계로 상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대출 부실이 금융사 복원력의 지나친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본적성성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며 "DSR은 상환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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