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美 경고에도 ‘군사 밀착’ 가속… 동북아 정세 '요동'
우크라전 무기 등 추가 지원
北, 핵잠 등 첨단 기술 원해
美 “北·러 간 무기협상 활발”
정치·외교 등 의제 테이블 오를 듯
習주석, 러 동방경제포럼 참석 땐
北·中·러 3국 정상회의 열릴 수도
美 행정부, NYT 보도 사실상 인정
北·러 동향 면밀 감시·견제 메시지
태평양함대사령부에 핵잠 등 정박
14조원 들인 우주기지도 시찰 전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본격화하고,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및 핵추진잠수함 관련 첨단 기술 협력이나 북·러 연합훈련 논의 등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심화하고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지원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등을 통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혀왔고, 한국 국방부도 미국에 포탄을 제공하는 계약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회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북 대리전 논란이 일 전망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대신 군사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의 첨단 기술을 제공받기를 바란다고 매체는 전했다. 김 위원장이 식량 지원을 원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피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5일 “우리는 (회담 가능성에 대해)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정부 대표단 20명이 지난달 말 기차로 평양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비행기로 갈아타고 모스크바를 향했는데, 이는 김 위원장이 방러를 진지하게 고려 중임을 시사한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열차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연합훈련·무기거래 땐 北 국방력 강화… 한반도 정세 ‘요동’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계획을 보도한 가운데 실제 성사될 경우 한반도 안보에 끼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북·러 간에 연합군사훈련 실시와 무기 거래 등 협력이 심화하는 경우 북한의 국방력 증가는 물론 제재를 무력화할 북·중·러 경제권 형성이 우려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군사분야 협력이다. 두 나라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비롯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지원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공업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포함되는 군사정찰위성 등 고난도 과업에 대한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다.
북·러 회담은 시작일 뿐 북·중·러 3국의 활발한 외교전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연대 활동을 위한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고 있다”며 “정권 수립 75주년(9·9절) 계기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사절단 방북으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행정부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NYT 보도가 맞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이 북·러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가 북한, 이란 등의 무기에 의존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음을 알리기 위한 의도도 읽힌다.
미 국무부는 세계일보 질의에 대변인 명의의 답변에서 “미국의 제재와 수출 통제의 성공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과 같은 불량 정권에 의지해 무기를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백악관 NSC도 세계일보에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관한 언론 보도가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6∼2008년 주북 영국 대사를 지낸 존 에버라드는 BBC에 “경호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일정이 알려질 경우 모든 것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도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밖으로 나온다는 것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여러 나라가 모이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활용하는 것은 주목도가 떨어진다”며 “동방경제포럼 참석보다는 다른 계기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동방경제포럼·해군기지 찾을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9월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만남 장소로는 오는 10∼13일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가 유력하게 꼽힌다. 열차로 이동이 가능한 데다 러시아 우주기지와 해군기지 시찰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김 위원장이 아마도 방탄 성능을 갖춘 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극동지역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북한·중국·러시아 3개국이 국경을 맞댄 곳이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동방경제포럼은 푸틴 대통령이 극동 개발을 목표로 2012년부터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동방정책’의 플랫폼 성격을 띤다. 2015년 처음 열려 한때 한국, 중국, 일본 정상이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열린 지난해 7차 행사 때에는 중국, 미얀마, 인도 등 우방국 위주로 대표단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소속 함정들이 정박한 33번 부두를 찾아 전략핵잠수함 등 주요 함정들을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해군 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시찰 목적도 있어 보인다.
이밖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500㎞쯤 떨어진 곳에 있는 ‘보스토치니 코스모드롬’(동방 우주기지)을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우중·김예진·이지안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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