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韓 점유율 1위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 가격 7% 안팎 인상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골든블루가 대표 상품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 공급가를 다음 달부터 올린다.
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골든블루는 지난 1일 대표이사 명의로 거래처에 가격 변경 안내문을 보내 다음 달 1일부터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 출고가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주력제품으로 유흥채널에서 골든블루 시장 점유율을 높인 주역으로 꼽힌다.
이번 인상으로 골든블루 사피루스 출고가는 2만4255원에서 2만5905원으로 6.8% 뛴다. 사피루스 윗등급에 해당하는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는 3만7235원에서 4만40원으로 7.5% 오른다.
골든블루는 안내문에서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2019년 제품 가격을 인하했지만, 수입원가와 원부자재 및 물류비 같은 제반 비용이 계속 올라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위스키 산업 재성장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골든블루는 여타 다른 외국계 주류 수입·유통법인과 달리 부산에 뿌리를 둔 향토 기업이다. 스코틀랜드산(産) 위스키 원액을 사다 호주에서 병입하는 식으로 주요 제품을 만든다.
이 때문에 물류비와 환율상승분을 포함하는 매출 원가율이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다. 사업보고서 기준 2020년 37% 수준이었던 골든블루 매출 원가율은 지난해 43%대까지 올랐다.
같은 시기 발베니와 글렌피딕을 수입해 파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매출 원가율은 2020년 17%, 지난해 18%로 25%포인트(P) 이상 낮았다.
다만 지난해 골든블루는 엔데믹 이후 유흥채널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억원에서 지난해 513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주류업계에서는 골든블루가 이번 인상으로 유흥채널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골든블루는 그간 유흥채널에서 드링크인터내셔널 ‘임페리얼’과 윈저글로벌 ‘윈저’와 경합했다.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출고가는 인상 이후 임페리얼 17년, 윈저 17년과 1원 단위까지 맞아 떨어진다.
다만 이 두 브랜드는 스카치위스키협회(Scotch Whisky Association)가 정한 스카치 위스키 숙성년수 표기 규정을 명확하게 지킨 연산(年産·age statement) 위스키다. 임페리얼 17년이나 윈저 17년 모두 최소 17년 숙성한 원액을 사용했다는 의미로 브랜드 뒤에 숫자를 표기한다.
반면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는 무연산(NAS·No Age Statement) 위스키로 분류한다.
무연산 위스키는 스카치위스키협회 법령 최소 기준에 해당하는 숙성기간 3년 이상 원액을 자유롭게 섞어 만든다. 이 경우 ‘3년’이라고 위스키 연산을 밝혀도 무방하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가 12년산 이하 위스키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모든 브랜드가 굳이 연산을 밝히지 않는다. 사피루스와 다이아몬드도 따로 숙성년수를 밝히지 않는다.
한국베버리지마스터협회 관계자는 “골든블루는 갈수록 고급 위스키를 선호하는 일반 오프트레이드(소매점) 소비자 수요가 적은 브랜드”라며 “유흥업소나 칵테일바 같은 TOT(Traditional on Trade) 채널에서 높은 마진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한꺼번에 사들이는 물량이 많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가격 인상이 경쟁 우위를 무너뜨리는 자충수(自充手)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류업계에서는 보통 추석 명절과 모임이 잦은 연말을 위스키 소비 대목으로 여긴다. 지난달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발베니와 글렌피딕을 파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와 로얄살루트, 발렌타인을 파는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출고가를 올렸다. 여기에 연말과 내년 설을 앞두고 골든블루까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 형국이다.
정부는 올해 내내 소주와 맥주 제조사에 직접적으로 가격 동결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위스키 수입사나 제조사에는 이렇다 할 건의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 위스키를 포함한 양주 물가는 매달 급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소비자 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양주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4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지수는 2020년 소비자 물가를 100으로 잡고, 현시점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얼마나 오르내렸는지 나타낸다. 팬데믹 이후 국내 소비자가 가장 뚜렷하게 ‘위스키값이 비싸다’고 체감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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