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가 훨씬 높은데 달러는 유입… “금리 공식 안 통한다”

이인아 기자 2023. 9.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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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진 후에도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차이가 2%p로 벌어지는 동안 오히려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많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헤지 과정에 이미 양국의 금리 차이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외국인이 금리가 낮은 한국 채권을 사는 것이 오히려 수익률이 높은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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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외국인 국내 증시서 10조원 넘게 순매수
”단순 금리 차이로 자본 유출되는 시대 아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진 후에도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더 높은 금리를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다는 우려가 컸지만,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이어졌다.

시장 참여자들은 자본 이동이 단순히 금리 차이로 일어나지는 않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대신 국가에 대한 신뢰, 장기적 사업성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된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 안에 걸린 물가안정 현판. /뉴스1 제공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3일 3.5%이던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7월 26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0.25%p 올렸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는 2%p로 벌어졌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2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통화 패권국인 미국의 달러화에 비해 원화는 안전성이 낮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미국 채권이 수익률마저 높다면 이를 쫓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예상이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급격하게 외국인 자본이 유출된 전례도 있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는 6.50%였다. 외국인 자본이 빠르게 나가자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달러가 부족했던 우리나라에겐 기업 줄도산으로 귀결된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공식이 성립되지 않고 있다. 금리차이가 2%p로 벌어지는 동안 오히려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많았다. 올해 들어 9월 초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조6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자금도 111억달러가량 순유입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우수해 단순 금리 격차로 자본이 빠져나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 투자 자금은 해당 국가에 대한 신뢰, 장기 사업성에 입각해 움직인다는 논리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과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긴장 고조로 우리나라가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신흥 시장에 국가별로 투자금을 배분하는데,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외국인 투자 환경에 있어 중국보다 한국이 개선됐다는 수치도 있다. 유럽 싱크탱크인 유러피언 하우스 암브로세티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외국인 투자 매력도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전년 대비 1.1점 오른 84.9점을 기록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89.9점으로 5위에 올랐지만, 상승 폭이 0.5점으로 한국 보다 작았다.

한국 채권 수익률이 미국 채권보다 낮더라도 채권 구조상 당장 자금을 빼는 게 이득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환헤지(Hedge) 과정을 감안하면 두 국가 간의 단순 금리 격차만 고려해 해외 채권에 투자한다는 게 이득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헤지는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지 않도록 투자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헤지 과정에 이미 양국의 금리 차이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외국인이 금리가 낮은 한국 채권을 사는 것이 오히려 수익률이 높은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국내에서 자본이 유출된다면, 한미 간 금리 격차보다는 구조적 리스크 발생이 더 큰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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