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점 모여 큰 파도” 서로 다독이며 연대한 교사들
‘공교육 멈춤의 날’ 당일
오픈채팅방도 ‘문전성시’
“혼자서 꿋꿋하게 갑니다”
참여 독려…집회 상황 공유
‘점조직’ 교사들 소통 창구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 A씨의 49재일을 맞아 전국 각지의 교사와 시민들이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여든 지난 4일.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한 이날, 집회가 시작되기 전 한 참가자가 ‘9·4 49재 국회 앞에서 점으로 만나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혼자라서 엄청 고민하면서 왔어요.”
그러자 “저도 혼자예요” “저도 혼자 갑니다” 등 1인 참가 교사·시민들의 답변이 줄을 이었다. 1분여 만에 10명 넘는 이들이 집회에 홀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A씨가 사망한 이후 열린 교사들의 집회는 특정 교원단체가 아니라 현장 교사들이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집회 운영팀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꾸려졌다. 교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느슨한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집회에서 주최 측이 만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참가자들이 당일 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며,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창구가 됐다.
이날 집회에 5만여명이 참여한 만큼 오픈채팅방도 집회 현장처럼 문전성시를 이뤘다. 1500명 정원의 오픈채팅방 2개는 오전부터 인원이 가득 차 추가 입장이 불가능했다. 세 번째로 만들어진 채팅방 또한 오후 4시30분 열린 본행사를 1시간여 앞두고 만석이 됐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 검은색 옷을 입은 교사들은 스스로를 ‘검은 점’이라고 지칭했다. 한 교사는 오픈채팅방에 “혼자는 미약한 점이지만, 다 함께 큰 검은 파도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다른 교사는 “점이 모여 선이 되며, 선이 모이면 면이 된다. 면들은 조화를 이뤄 교육이라는 큰 건물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각지에서 ‘점’으로 모인 교사들은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에서 여의도공원까지 400m 가까운 거리의 면을 가득 채웠다.
교사들은 서로를 독려하다가도 집회 참가 때문에 징계를 받게 될까 우려하기도 했다. 학교장이 재량휴업일로 정하지 않은 학교의 교사들은 병가나 연차를 내고 집회에 나왔다. “꼭 병원에 가야만 병가·조퇴 쓸 수 있나요?” 한 교사가 오픈채팅방에 묻자 “쌤(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해 서류라도 준비해두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혹시 모르니 현금 쓰자” “남편 카드로 왔다” “교통카드도 못 쓰나” 등 불안감 섞인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교장과 교감 등 관리직 교직원이 집회를 지지하더라는 사연도 공유됐다. 한 교사는 “저희 교감 선생님은 혹여 피해 입을까 진단서도 준비해놓으라 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저희 교장·교감은 주말마다 집회도 가고 오늘 병가도 모두 결재해주시면서 힘내서 다녀오라 응원해주셨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교사들은 “멋진 분들이 현장에 계신다”고 답했다.
본집회 시간에 잠잠하던 오픈채팅방은 집회 종료 이후 “고생했다”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운영팀은 이날 현장에서, 운영팀이 준비해 A씨에게 헌화된 카네이션 1000송이를 가져가도 좋다고 공지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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