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적어도 일단 잡자"…5대은행 기업대출 8개월간 40조 ↑
김국배 2023. 9. 6. 06:00
5대 은행 기업 대출 영업대전…8개월 연속 증가
가계대출 죄자, 기업대출 눈독…회사채시장 위축 영향도
기업 경기 밝지 않아, 기업 대출 건전성 우려도
가계대출 죄자, 기업대출 눈독…회사채시장 위축 영향도
기업 경기 밝지 않아, 기업 대출 건전성 우려도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마진이 적더라도 일단 (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 가계대출은 규제가 많지만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은행의 영업경쟁이 치열하다.”(A시중은행 영업점 직원)
시중은행들간 기업 대출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가계 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진 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힘을 쏟고 있단 해석이 나온다. 일부에선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고객 확보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5대은행 기업대출 8개월 연속 급증
실제 은행권의 기업 대출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747조4893억원으로 전월보다 8조5974억원 증가했다. 올 1월 기업 대출 잔액(707조6043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만에 4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8개월 연속 증가세다. 1~3월 3조원대였던 증가폭도 지난달엔 8조원 수준으로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기업 대출은 129조4044억원으로 전달(126조2095억원)보다 3조1949억원 늘었으며, 중소기업 대출도 한 달 전에 비해 5조4025억원이나 증가한 618조849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비중도 8월 기준 51.6%로 지난 1월(49.9%) 1.7%포인트 증가했다.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늘리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을 가계 빚 주범으로 꼽으면서 가계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가계 대출이 느는 측면도 있지만,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 등을 콕 짚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규제가 많다 보니 은행들이 그쪽으로 성장하기 힘든 상황이라 기업 대출에 치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은 시행 시 규모가 크고 건전성 관리가 가계 대출보다 쉽다는 장점이 있으며 수익 안정성도 높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초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우량 자산 증대를 통한 1등 은행’을 목표로 대기업 대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업금융 명가’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우리은행도 지난 7월 조병규 은행장이 취임한 직후 기업금융 특화채널을 구축하는 등 대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기업 대출 강화 분위기다.
여기에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을 찾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대출을 부추긴 요인이다. 고금리 상황으로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회사채나 기업어음(CP)를 발행하기 어렵다 보니 자금 조달 창구로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7월 중 연 4.4%대였던 신용등급 AA- 회사채(무보증, 3년물) 금리는 8월 들어선 연 4.569%까지 올랐다.
경기 상황 따라 리스크 커질 수도
다만 일부에선 영업점들이 기업대출 경쟁을 과하게 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B시중은행 기업영업본부에서 일하는 K씨는 “대기업의 주거래 은행이 되면 수출입 거래, 임직원 거래 확대 등 부수적인 거래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당장은 고객 확보 차원에서 낮은 금리를 제시하기도 한다”며 “다른 은행들도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도 “다른 은행에서 저마진, 노마진을 내세우다보니 다 같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사실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했다.
관건은 향후 경기 상황이다. 기업 대출의 건전성은 기업 경기에 달려 있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집계를 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9월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6.9를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기업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18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 대출을 늘리기 힘든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데 문제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 대출이 조금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 대출은 위험 가중치가 높아 (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배 (vermeer@edaily.co.kr)
실제 은행권의 기업 대출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747조4893억원으로 전월보다 8조5974억원 증가했다. 올 1월 기업 대출 잔액(707조6043억원)과 비교하면 8개월만에 4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8개월 연속 증가세다. 1~3월 3조원대였던 증가폭도 지난달엔 8조원 수준으로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기업 대출은 129조4044억원으로 전달(126조2095억원)보다 3조1949억원 늘었으며, 중소기업 대출도 한 달 전에 비해 5조4025억원이나 증가한 618조849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비중도 8월 기준 51.6%로 지난 1월(49.9%) 1.7%포인트 증가했다.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늘리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을 가계 빚 주범으로 꼽으면서 가계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가계 대출이 느는 측면도 있지만,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 등을 콕 짚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규제가 많다 보니 은행들이 그쪽으로 성장하기 힘든 상황이라 기업 대출에 치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출은 시행 시 규모가 크고 건전성 관리가 가계 대출보다 쉽다는 장점이 있으며 수익 안정성도 높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초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우량 자산 증대를 통한 1등 은행’을 목표로 대기업 대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업금융 명가’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우리은행도 지난 7월 조병규 은행장이 취임한 직후 기업금융 특화채널을 구축하는 등 대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기업 대출 강화 분위기다.
여기에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을 찾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대출을 부추긴 요인이다. 고금리 상황으로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회사채나 기업어음(CP)를 발행하기 어렵다 보니 자금 조달 창구로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7월 중 연 4.4%대였던 신용등급 AA- 회사채(무보증, 3년물) 금리는 8월 들어선 연 4.569%까지 올랐다.
경기 상황 따라 리스크 커질 수도
다만 일부에선 영업점들이 기업대출 경쟁을 과하게 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B시중은행 기업영업본부에서 일하는 K씨는 “대기업의 주거래 은행이 되면 수출입 거래, 임직원 거래 확대 등 부수적인 거래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당장은 고객 확보 차원에서 낮은 금리를 제시하기도 한다”며 “다른 은행들도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도 “다른 은행에서 저마진, 노마진을 내세우다보니 다 같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사실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했다.
관건은 향후 경기 상황이다. 기업 대출의 건전성은 기업 경기에 달려 있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집계를 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9월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6.9를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기업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18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 대출을 늘리기 힘든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데 문제는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 대출이 조금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 대출은 위험 가중치가 높아 (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배 (verme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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