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분쟁" 홍범도 장군 논란…역사 강사들 생각은

한승곤 2023. 9.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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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문제가 아니라 가치문제"
"독립군들 지금 잣대로 정의하는 것 위험"
역사 강사 전한길. 사진=유튜브 채널 ‘공부합시다’ 영상 캡처

[파이낸셜뉴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역사 강사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 '일타 강사'로 유명한 전한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 "정치적 분쟁"이라며 조심스러운 답을 내놨다.

지난 8월 31일 전한길의 온라인 카페에는 '한길쌤은 현재 큰 논란이 되는 홍범도 장군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저희는 선생님께 배울 때 1920년 국외 독립운동에 김좌진 장군과 더불어 큰 업적을 세우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이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역사 전문가로서 한길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정치적인 문제를 논하자는 게 아니라 이슈가 될 만큼의 근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전한길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에 대해서 우리는 팩트만 공부하게 되고 지금 그 평가에 대한 것은 여댱과 야당 그리고 국방부와 광복회 등이 각자 비중을 두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춰서 정치적인 잣대로 각자 주장만 하게 되어 정치적인 분쟁으로 되어가고 있다. 국민들도 나뉘어서"라고 답했다.

또 "너무 안타깝다"면서 "이렇게 정치화된 것에 대해서는 우리 카페 기준 '정치와 종교'에 대한 것은 사실문제가 아니라 가치문제가 되어서 옳고 그름이 개인마다 다른 것은 금기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질문한 네티즌은 "제가 경솔했다. 친구들과 얘기하다 내가 아는 것과 다른 게 맞나? 내 주위에 역사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누굴까 하다가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여쭤봤는데 오히려 염려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댓글을 남겼다.

역사전문가 심용환 소장이 유튜브에 올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전 관련 영상
"홍범도 장군, 역사적 정통성 다리 감당한 중요한 인물"

그런가 하면 역사 전문 강사이자 방송인인 심용환 '역사엔(N)교육연구소' 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현재 사는 심용환’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제로 한 영상을 올리며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규정하는 건 (역사) 왜곡”이라며 “(홍범도 장군처럼 연해주를 기반으로 활동한) 안중근 의사도 빨갱이라고 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소장은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방침을 두고 “역사 전공을 넘어서서 군사정권, 보수정권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심 소장은 “홍범도 장군은 망국의 시대에 ‘우리가 그냥 죽지 않는다’, ‘악! 소리라도 하고 죽는다’라는 (것을 보여준) 의병전쟁의 마지막 주자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홍범도 장군은 의병장으로 싸우다가 독립군이 됐고 나라는 사라졌지만 조선에서 독립운동기, 다시 해방 이후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는 역사적 정통성의 다리를 감당한 중요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북만주, 연해주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독립군들을 지금의 잣대로 정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심 소장은 “러시아 혁명 이후 러시아가 공산국가인 소련이 되면서 연해주 및 러시아 일대에 존재하는 조선인들은 소련에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새 근거지를 찾을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머무는 사람도 생기게 됐는데 당시에 우리나라가 분단이 될 줄, 이념 전쟁이 일어날 줄 어떻게 알았겠나. 단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면서 (머물 곳이) 연해주밖에 없던 이들이 빨갱이인가”라고 반문했다.

심 소장은 “1945년 이후 형성된 냉전체제와 한반도가 지금까지 겪고 있는 분단체제라는 틀거리로 당시 연해주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을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굉장히 무서운 논법”이라고 비판했다.

심 소장 외에도 한국사 강사로 유명한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소 소장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고 홍범도 흉상 철거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등 역사 강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국내 최대 역사교사 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은 7일 저녁 긴급특강을 마련했다. ‘홍범도 논의를 지켜보며: 선택적 배제와 정체성, ‘반공’? 그러면 ‘친일’도?’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이번 특강은 신주백 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강사로 나선다.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원은 물론 시민들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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