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커지는 연금시장이 블루오션… TDF 선도"

이지운 기자 2023. 9. 6.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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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장기·분산·저비용·적립식 투자' 역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머니S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ETF(상장지수펀드)가 국민 재테크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사령탑인 배재규 대표에게 시선이 쏠린다. '한국 ETF 시장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 대표는 불모지였던 한국 시장을 100조원 규모로 키워낸 주역이다. 2002년 10월 당시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이었던 배 대표는 국내 시장에 처음 ETF를 도입했다.

2022년 2월 한투운용 대표로 공식 취임한 배 대표는 약 1년 반 동안 숨 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대규모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자사 ETF 브랜드명을 '에이스'(ACE)로 교체, 월 배당·반도체·테슬라 등 종목을 담은 다양한 ETF 상품들을 시장에 선보였다. 취임 이후 한투운용의 ETF 경쟁력은 달라졌다. ETF 시장의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한투운용은 배 대표 취임 이후 ETF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말 3.5%에서 지난달 말 기준 4.7%로 뛰었다.

배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한투운용 본사에서 진행한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 수요에 맞는 ETF 상품은 대부분 갖춰졌다고 판단한다"며 "다음 10년은 TDF(타깃데이트펀드)와 같은 장기수익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솔루션에 주목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패시브로 흐름 변화… 혁신 나선다"



ETF는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연동되는 펀드로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이 같은 투자 편리성 등의 이유로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해온 ETF는 액티브, 패시브 방식을 모두 품을 수 있는 데다 실시간 포트폴리오 공개, 효율적 자산배분 등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패시브 ETF는 지수 등 기초자산을 그대로 추종하고 액티브는 일정 부분 펀드매니저 재량에 따라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배 대표는 "상품 운용 방식이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대세가 이전됐다"고 판단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이 금지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관련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정보 비대칭성이 축소돼 액티브 운용에서 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패시브 운용은 투자자 수요에 맞는 다양한 지수와 테마 상품 등을 선보일 수 있는 동시에 안정적이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용보다는 투자자 수요에 맞는 '상품 개발'과 '마케팅'이 더 중요해졌다는 게 배 대표 판단이다.

그는 "투자자들 간에 정보 비대칭성이 줄어들면서 액티브는 더 이상 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워졌지만 패시브는 다양한 상품을 기반으로 시장 주류로 자리 잡았다"며 "과거에 ETF는 패시브 상품만을 운용하는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액티브와 패시브 모두를 수용할 수 있게 되면서 펀드와 달리 매매 즉시성, 실시간 포트폴리오 공개, 효율적 자산배분 등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분산·저비용·적립식, 네 가지 투자원칙 강조


'한국 ETF 시장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대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불모지였던 한국 시장을 100조원 규모로 키워낸 주역이다./사진=장동규 기자
배 대표는 "실제 ETF 등에만 투자한 사람들의 수익 총합을 보면 생각보다 마이너스가 많은데 이는 '자산 배분'이 먼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네 가지 투자원칙으로 장기·분산·저비용·적립식 투자를 강조했다.

배 대표는 직접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펀드와 ETF가 아무리 좋아도 ETF 수익률과 실제 고객 수익률은 다를 수밖에 없다. 펀드 수익률이 지난 12년간 383%였는데 고객 평균 수익률은 27%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자료로 제시한 국내 대표 특정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300%가 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해당 펀드의 고객 평균 수익률은 30%도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고객은 수익률이 상승할 때 매매한 이후 떨어질 때 매도하면서 펀드 수익률 흐름에서 엇나갔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젤란 신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마젤란 펀드는 13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면서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는 대단한 펀드였지만 이 펀드투자자 중 절반이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들의 평균 펀드 보유 기간은 12개월에 그쳤다. 오를 때 따라 사고 내릴 때 팔고 나가는 매매를 하며 투자자 중 절반은 손실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산투자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어 "대부분 짧게 투자해서 돈 많이 버는 방법을 찾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며 "삼성전자에 올인하고 삼성전자가 잘되기만을 전전긍긍하는 방법보다는 분산투자로 안전성 있는 투자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진 못하더라도 개인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장기투자가 월급의 일정 부분,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과 필수인 비용 절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적립식 투자와 관련해선 "길게 보고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한다면 장이 빠질 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빠지면 오히려 싸게 산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기존에 손실이 난 부분을 당장 팔 게 아니고 나중에 장이 올라갔을 때 결국 수익이 많아지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10년, 20년 후의 지수가 중요하지 지금 당장 수치가 올라가거나 떨어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TDF, 적립식 투자 최적화 상품


배 대표는 장기, 적립식 투자와 관련해 가장 최적화된 상품으로 TDF를 꼽았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 시점(Target Date)으로 설정하고 해당 시점까지 알아서 자산을 운용해 주는 연금 특화 상품이다.

국내 TDF시장 순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 11조원을 돌파했다. 2018년~2021년 기준 퇴직연금 내 TDF 적립금은 매년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분산 투자가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자산을 배분해서 투자하는 것이라면 TDF는 여기에 나이라는 기준을 포함했다.

배 대표는 ETF를 통해 투자 수단을 만들어 두고 TDF를 통해 자산배분을 통한 투자수익 높이기를 실현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 연금 시장 규모가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TDF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투운용은 배 대표 취임 이후 자체 글라이드패스를 개발하면서 TDF 라인업을 강화했다.

글라이드패스 설계에는 한국투운용이 국내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공개한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이 활용됐다. 장기자본시장가정은 40년 이상의 글로벌 경기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물로, 미국 달러 투자자뿐 아니라 원화 투자자를 위한 장기투자 시 잠재 수익률 및 위험 분석이 담겨 있다.

끝으로 배 대표는 "앞으로 자산운용 시장의 최대 수요는 연금시장에 있다"며 "TDF와 같은 자산배분형 상품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시행 시 외부위탁운용(OCIO)의 중요성도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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