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또…양파 TRQ 3만t 들여온다
국영무역 통한 비축도 고려
소비침체로 시세 지지부진
업계 “감모율 높아지는데다
대목 특수마저 기대 어려워”
정부가 추석 민생대책의 일환으로 양파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추가 도입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양파값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산 양파의 수입규모에 따라 추석 특수가 실종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8월31일 정부 합동 추석 민생대책에서 명절 수요에 대비한 주요 농축산물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그중 양파는 “기도입된 TRQ(관세 50%) 증량 9만t 중 1만t을 9월 중 도입한다”며 “현재 전년 대비 낮은 양파 가격이 명절 수요 증가 등으로 상승하는 경우 정부 비축분 6000t을 추가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계획에 따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일 ‘2023년 양파 2차 세계무역기구(WTO) TRQ 실수요자 배정 공고’를 올리고 수입 추천서를 업체들에 발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TRQ 물량은 3만t으로, 10월25일까지 수입을 완료해야 한다.
다만 정부의 계획대로 3만t이 모두 수입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수입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이미 7월21일∼8월21일에도 2만t 규모로 TRQ 수입을 추진했지만 1만4600t만 수입되며 계획 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TRQ 수입과 함께 정부 국영무역을 통해 수입 양파를 비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실제 수입 물량은 중국 산지와 국내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며 “양파 수입을 민간업체들에 모두 맡길 경우 과도한 이윤 추구 등으로 시장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국영무역 등 다양한 관리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산 양파의 산지 가격은 1t당 370∼400달러선으로, 관세와 운임 등을 포함한 수입 원가는 1㎏당 950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중국 북부 네이멍구자치구의 양파 출하는 마무리됐고, 9월에는 간쑤성에서 생산된 양파가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이번 TRQ 수입 이행 기간이 두달가량으로 여유가 있다보니 당장 중국 산지 가격의 변동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정부 국영무역 등이 시행될 경우 수요 상승 영향으로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추석 대목을 앞두고 양파 TRQ 수입이 추진되자 유통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양파 시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수입 양파의 영향력이 예년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는 1㎏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1317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1442원)보다는 8.7% 낮고, 평년 9월(917원)보다는 43.6% 높았다.
류현덕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최근 양파값이 1㎏당 1200원대를 횡보하며 지지부진하자 산지에서 출하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양파 하루 반입량이 평상시보다 20∼30% 적은데도 소비부진 영향이 커 시세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TRQ 수입 양파의 시장 반입이 본격화하면 추석 특수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영권 한국청과 경매부장은 “올해 전반적으로 양파 품위가 좋지 않다보니 저장양파의 감모 발생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시세가 하락하면 유통인들이 이중고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석 대목으로 소비가 어느 정도 촉진되겠지만 수입 양파 반입량이 늘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생산자들은 정부가 협의 없이 TRQ 수입을 진행한 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당초 생산자들과 협의 후 TRQ 수입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추석 물가대책으로 수입정책을 추진한 것은 농민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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