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 수준"…유튜버가 놀란 한국은행 보고서 정체는 [강진규의 BOK워치]
"우리나라 산업을 이렇게 잘 정리해놓은 보고서는 없었습니다. 역대급 보고서가 나온 것 같습니다."
한 경제전문 유튜버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를 두고 내린 평가다. 이 유튜버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과 수출, 수입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이 보고서를 리뷰하며 "대동여지도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버가 극찬한 이 보고서를 다룬 한은 블로그의 게시글은 게재한지 열흘만에 조회수 2만5000회를 돌파했다. 한은이 발표 내용을 더 친절하게 소개하겠다며 작년 블로그를 개설한 이후 가장 많이 읽힌 글 중 하나가 됐다.
반도체는 수도권, 자동차는 동남권
이 보고서는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부에서 지난달 25일 발간한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 11개 주요 제조업을 대상으로 지역별 생산현황, 생산품의 국가·제품별 수출,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의 수입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특히 딱딱한 글보다 큼지막한 그래프와 이미지를 다수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생산과 관련해서는 2021년 광업제조업조사를 바탕으로 권역별 생산 점유율과 주요 공장을 지도에 표시했다. 국내기업 공장 소재지와 생산제품(2023년 5월 기준)도 기록됐다. 수출은 2022년 무역통계를 바탕으로 주요 생산품의 국가별·제품별 수출현황을 시각화해 제시했다.
수입은 제조업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수입을 중심으로 국가별 수입비중,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수입 품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발생했을 때 국내생산이 영향을 받게 되는 잠재적인 경로를 파악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생산 점유율은 수도권이 80.7%로 나타났다. 삼상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생산공장이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 점유율(15.8%)까지 합치면 두 권역이 국내 반도체 생산의 96.5%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은 중국 비중이 53.1%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기준 1427억달러 중 대(對)중국 수출이 758억달러에 달했다. 그 뒤로는 베트남(11.4%), 미국(9.6%), 대만(9.0) 순이었다. 메모리칩(43.3%), SSD(9.4%), D램모듈(8.4%) 등 메모리 품목 수출 비중이 높았다.
반도체 소재와 부품 수입은 중국 의존도가 23.1%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21.4%)과 미국(17.0%)의 비중도 높았다.
자동차 산업은 생산공장이 전국에 고르게 분포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요 생산공장이 위치한 동남권(40.8%)과 수도권(33.5%)이 중심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541억달러로 내수판매보다 규모가 컸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41.1%) 수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캐나다(6.1%), 호주(6.0%), 영국(4.1%), 독일(3.2%) 순이었다.
책자에선 지난해 전기차 내수판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해 전기차(수소자 포함) 내수판매 비중은 10.4%, 수출은 15.1%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점유율은 7위 수준으로 내연기관차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됐다.
가장 많이 읽힌 한은 블로그 게시물은
지역연구지원팀의 정영철·이예림 과장이 이 책자의 내용을 소개한 한은 블로그 게시물은 5일 오후 3시 기준 2만5757명이 읽었다. 한은 블로그 게시물이 대부분 1만회 안팎의 조회수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두배 이상 높은 것이다. 해당 유튜버가 영상에 이 블로그 게시물의 링크를 넣은 영향으로 파악된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5월 블로그를 개설한 이후 작성한 74개 게시물 중 2번째로 높은 조회수다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이 쓴 첫 게시물 '2022년 5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배경'이 2만7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해 현재 1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 게시물의 조회 수 증가 속도가 빨라 조만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여겨진다.
한은은 딱딱한 보고서 내용을 좀 더 친절하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해 이창용 한은 총재 취임 이후 블로그를 새롭게 열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배경이나 물가 상승 요인, 경제전망의 이유 등을 쉬운 말로 상세히 전달하고, 시장 금리과 외환시장을 분석도 소개한다.
1,2위 게시물 다음으로는 주로 투자와 관련이 깊은 게시글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금리와 외환 분야를 담당하는 금융시장국과 국제국이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작년 8월 공대희 당시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장(이하 작성일 기준 직책)이 쓴 '최근 장단기금리차 변동의 주요특징'(2만4497회), 박성진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장과 최강욱 차장, 구병수 과장이 지난 3월에 쓴 '최근 국고채금리와 기준금리 역전 바로 이해하기'(2만2118회) 등은 2만명 이상이 봤다.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유은혜 조사역의 '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비교'(1만7920회),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박혜진·안주은 과장의 '최근 해외직접투자 증가 배경 및 외환부문에 미치는 영향'(1만7764회) 등도 인기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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