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수장 “북한, 러시아에 무기 제공하면 대가 치를 것”

백악관 경고… “김정은, 정상회담 기회로 인식”
국무부도 “우크라 침략전 지원에 적절한 대응”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미 대통령 공식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연합뉴스

미국 안보 당국 수장이 5일(현지시간) 북한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러시아 무기 공급의 물꼬가 트이지 않도록 북한을 계속 설득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 지원에 관한 북러 간 논의가 활발히 진전되고 있다는 게 현재 우리의 분석”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는 데 쓰일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지 말 것을 북한에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압박성 발언도 내놨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원하는 바는) 결정권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마음 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지도자는 무기 지원을 정상급 대화의 기회로 여길 수 있다”며 “북한이 먼저 나서면 다른 나라들이 계속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북한이 대러 지원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 국무부도 대북 제재 등 상응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줄곧 밝혀 왔듯이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역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조율하고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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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 회동, 대러 제재 작동 방증?

미국은 북러의 이번 동향을 대러 제재가 주효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텔 부대변인이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 때문에 우크라이나전에서 쓸 무기를 전 세계에서 필사적으로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말했고,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도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제국 재건에 공을 들이던 러시아가 무기 부족으로 북한 같은 나라에 눈을 돌리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들이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보여 준다”며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김 위원장이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기 거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