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서 시작한 더하우스콘서트, 내달 1000회
2002년 7월 서울 연희동 가정집에서 출발한 더하우스콘서트가 10월 10일로 1000회를 맞는다. 이날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자축(自祝) 공연에는 에라토 앙상블, 아레테 4중주단, 앙상블 블랭크, 피아니스트 문지영 등 50여 명의 연주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객석 1층은 모두 비우고 관객 100여 명이 무대로 올라가서 연주자들 바로 곁의 맨바닥에 앉아서 듣게 된다. 거기에 무대 뒤편의 합창석과 2층 양옆 날개 좌석 일부만 관객을 추가로 받는다. 피아니스트 박창수(59)씨의 연희동 단독주택 2층에서 첫 음악회가 열린 뒤부터 20여 년간 변하지 않고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다.
더하우스콘서트는 광장동·역삼동·도곡동의 녹음실과 사진 스튜디오를 거쳐서 2014년 대학로 예술가의집(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구청사)에 둥지를 틀었다. 장소는 달라져도 바뀌지 않는 원칙이 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고, 지정된 좌석도 없이 마룻바닥에 앉아서 듣는 방식이다. 모든 공연은 녹음과 녹화를 통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코로나 3년을 빼면 연주가 끝난 뒤 언제나 조촐한 와인 파티도 열린다. 더하우스콘서트 대표인 박창수씨는 “관객들은 시각·청각뿐 아니라 바닥을 통해서 전해지는 촉각으로도 음악을 느끼고, 음악가들은 관객들의 시선과 숨소리를 가까이서 느끼면서 연주한다.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친밀감과 교감이야말로 최고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1000회가 열리는 동안 연인원 4700명의 연주자들이 이 무대를 밟았다. 한국 피아노의 대모인 피아니스트 신수정(81)·이경숙(79)부터 출연 당시 일곱 살 꼬마 바이올리니스트까지 출연진의 연령도 다양하다. 더하우스콘서트를 통해서 스타가 된 연주자들도 적지 않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15세, 김선욱은 16세, 임윤찬은 17세에 처음 출연했다. 첼리스트 한재민은 그보다 이른 11세, 현재 파리 국립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인 김한은 12세에 데뷔했다. 한국 음악계의 ‘스타 양성소’로 자리 잡은 셈이다. 강선애 수석 매니저는 “음악가들의 약력만 훑어보기보다는 실제 연주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독주(獨奏)부터 실내악까지 최대한 다양한 무대를 통해서 교차 검증하는 것이 원칙이자 노하우”라고 말했다.
1000회 이후의 꿈도 크다. 전국 문예회관을 찾아가서 매년 50여 회씩 공연도 별도로 열고 있다. 이때에도 대부분의 객석은 비우고 관객들을 무대 바닥에 앉히는 방식은 그대로다. 매년 7월이면 한 달 내내 같은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줄라이 페스티벌’도 연다. 내년은 슈만, 후년은 스트라빈스키가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외형만 번듯하게 공연장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공연장을 충실하게 채울 콘텐츠라는 걸 앞으로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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