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100편 줄었지만… 주윤발·판빙빙·뤽 베송 온다
홍콩 영화의 ‘큰형님’인 배우 주윤발과 유덕화, 하마구치 류스케·뤼크 베송 감독 등 세계적 영화인들이 내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는다.
BIFF 조직위원회는 4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4~13일 열흘간 69국의 영화 209편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300편 안팎을 초청한 예년에 비해 상당히 축소됐다. 조직위 측은 “올해 부산영화제 사태와 불경기 등으로 예산이 줄어 초청작 규모가 축소됐다”고 밝혔다. BIFF는 지난 5월 정실 인사 논란이 불거지며 이용관 이사장이 사퇴하고 측근인 조종국 운영위원장과 오석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이 잇따라 물러나는 파행을 겪었다.
영화제의 얼굴인 이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지난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로 전 세계 게스트를 맞는다. 주윤발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영화제에 참가한다. 칠순을 앞두고 찍은 신작 ‘원 모어 찬스’(2023)를 포함해 ‘영웅본색’(1986), ‘와호장룡’(2000) 등 3편이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상영된다.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가 선정됐다. 장강명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배우 고아성이 출연한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좌절, 꿈과 희망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폐막작은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다. 배우 유덕화가 영화에서도 배우로 나오며 감독 자신도 감독으로 출연하는 ‘영화에 대한 영화’다. 대중적이면서 호소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올해의 특별상영전’은 최근 작고한 두 영화인을 기리는 자리로 마련된다. ‘한국 영화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故) 윤정희 배우의 작품 ‘안개’(1967)와 ‘시’(2010)가 다시 관객을 만난다. 지난 3월 별세한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 장면을 흑백 화면에 담은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도 선보인다.
칸·베를린·베네치아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수상작을 가장 먼저 만나는 반가움도 이어진다. 특히 올해 칸 영화제 수상작 대부분을 볼 수 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감독 쥐스틴 트리에), 감독상 ‘프렌치 수프’(트란 안 홍), 심사위원상 ‘폴른 리브스’(아키 카우리스마키), 여우주연상 ‘마른 풀에 관하여’(누리 빌게 제일란), 각본상 ‘괴물’(고레에다 히로카즈)이 관객을 기다린다. ‘괴물’은 보다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야외극장을 잡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인 ‘파리 아다망에서 만난 사람들’(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상 ‘북두칠성’(필리프 가렐), 각본상 ‘뮤직’(앙겔라 샤넬레크)도 상영된다.
전 세계 거장들의 영화도 대거 초청됐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데이비드 핀처의 ‘더 킬러’,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가여운 것들’ 등이 처음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특히 ‘더 킬러’와 ‘가여운 것들’은 지난달 30일 개막한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최신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더불어 가장 각광받는 일본 감독인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장률 감독의 ‘백탑지광’도 영화 팬들이 꼽는 기대작이다.
배우를 눈여겨볼 작품도 준비된다. 미야자와 리에, 오다기리 조가 참여한 이시이 유야 감독의 ‘달’, 히로세 스즈가 주연을 맡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키리에의 노래’, 판빙빙과 이주영이 공동 주연한 한슈아이 감독의 ‘녹야’가 대표적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재미 교포 영화인들을 집중 조명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도 있다. 배우 윤여정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긴 ‘미나리’(2020)의 정이삭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애플TV 드라마 ‘파친코’(2022)를 연출한 저스틴 전 감독이 초청됐다.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탈북민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매들린 개빈)도 BIFF에서 처음으로 국내 관객에게 공개된다. 영화제 상영 시간표는 오는 15일 공개될 예정이며, 예매는 공식 사이트(ticket.biff.kr)에서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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