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중국은 마오 정권의 부활… 세계 설득할 보편 이념 만들 능력·의지 없어

유석재 기자 2023. 9. 6. 04: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슬픈 중국’ 3부작 완간한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송재윤 교수 제공

2017년 12월 15일, 송재윤(54) 캐나다 맥매스터대 역사학과 교수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에 비유하며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중국몽(中國夢)에 동참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과공(過恭)일 뿐 아니라 ‘중국몽’에 대한 암흑 같은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이 무엇입니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죠. 중국 우선주의, 인권 탄압, 패권주의가 담긴 논리입니다. 한국 대통령이 한국을 이끌고 여기에 동참하겠다고요? 어떻게 청와대와 외교부는 그런 비상식적인 발언이 대통령 연설문에 들어가게 놔둘 수 있었단 말입니까?” 바로 그 전날 한국 기자단이 중국 경호원에게 폭행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교포 한 명이 “맞을 짓을 했다”고 말해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고민한 끝에 현대 중국의 역사를 한국어로 써서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슬픈 중국’(까치) 3부작이었다. 2020년 1부 ‘인민민주독재 1948-1964′, 2022년 2부 ‘문화대반란 1964-1976′에 이어 최근 3부 ‘대륙의 자유인들 1976-현재’가 출간됐다. 6년 만의 완간이다.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직에 재직 중이다.

3부는 마오쩌둥 사후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이루고 화해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안팎에서 자유를 외치는 인민들의 저항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총력전’이란 미명하에 전개된 최근 3년 동안의 전체주의적 방역 정책의 실태도 기록했다.

제목의 ‘슬픈’이란 무슨 뜻인가?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터뷰에서 송 교수는 “중국 현대사가 참혹하고 광포(狂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50년대 초반 정치투쟁에서 최소 100만, 최대 500만명이 ‘인민의 적’으로 몰려 처형됐습니다. 1958~1962년 대기근 때는 3000만~4500만명이 주린 배를 잡고 얻어맞으며 중노동에 시달리다 죽어야 했죠. 1966~1976년 문화대혁명 과정에선 1억1000만명이 정치적 타격을 입고 수백만 명이 죽었습니다.”

이는 과거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고 송 교수는 말했다. 바로 지난해 중국에선 1억명 이상이 몇 달씩 감금당하는 소위 ‘대륙 봉쇄령’의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 전체 인구와 비슷한 상하이 지역 2600만명이 시진핑 한 사람의 명령에 따라 5개월 넘게 집에 갇혀 있어야만 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의 중국이라고 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수도권 인구를 봉쇄한다면 곧바로 정권이 교체되지 않을까요?”

송 교수는 오늘날 중국의 실체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14억 인구 개개인의 생체 정보를 빅데이터로 집적하고, 전국에 감시 카메라를 틀어서 인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표현과 사상의 자유는 물론, 종교와 거주 이전의 자유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공산당 독재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은 결국 못 견디고 정치적 망명을 하거나 입을 다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너무 많은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그릇된 환상을 품고 있다. 심지어 ‘곧 미국을 꺾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한국 지식인들의 친중 성향은 뿌리 깊은 반(反)서구주의와 반미 의식, 사회주의 성향, 전통적 모화(慕華) 사상의 영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당독재를 넘어 일인 지배로 나아가는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건 1949년 이래 중국의 어두운 현대사인데, 이것을 이념적으로 미화하고 정치적으로 칭송해서야 되겠습니까.”

송 교수가 보기에 지금의 중국은 세계를 설득할 수 있는 보편 이념을 창출할 능력, 의지, 논리가 없다. “지금 시진핑 정권은 마오쩌둥 정권의 부활이며, 이성의 마비, 독단적 시대착오, 광기의 대역진(大逆進)이 펼쳐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은 중국이란 전체주의 국가가 세계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 깨우쳐 준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지루한 신냉전의 지구전(持久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중국의 불합리한 체제에 대해 냉철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