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어축제 열기, 오염수 걱정 녹였다
4일 낮 12시쯤 충남 서천군 홍원항. 이틀 전 시작된 ‘홍원항 전어·꽃게 축제’ 현장에 들어서니 식당마다 전어 굽는 연기와 꽃게 찌는 뽀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가게 안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전주에서 온 김승일(60)씨는 “벌써 몇 마리째 먹는지 모르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어회를 먹던 오민영(40·서울 강동구)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찝찝했지만 탁 트인 바다를 보니 풍경도 좋고, 맛도 좋다”고 했다.
올해 21회째를 맞은 홍원항 전어·꽃게 축제는 가을 전어와 꽃게 요리를 맛보는 것은 기본, 매주 열리는 ‘맨손 전어 잡기’가 일품이다. 지난 2일 개막 후 이틀 동안 무려 2만1000여 명이 다녀갔다. 횟집을 운영하는 김중복(49)씨는 “2~3일 이틀 동안 하루에 2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4년 만에 최고 매출이었다”고 했다.
8월 말 부산·경남·전남 등 남해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가을 전어 등 제철 수산물 축제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로 소비가 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축제장마다 인파가 몰리고 있다. 서천군 관계자는 “아직까지 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일본 오염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방문객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서천 홍원항 주변은 전어 주산지다. 인근 군산과 보령, 서산에서도 많이 잡힌다. 홍원항에는 하루에 전어 2~3t, 꽃게 10~12t가량이 들어온다.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사람들이 돈 생각하지 않고 먹는다고 ‘전어(錢魚)’라고 불린다. 4~6월 산란한 뒤 영양분을 축적해 가을이면 지방이 봄보다 세 배가량 많아 고소한 맛이 절정에 이른다고 한다. 서천군은 축제 개막일에 맞춰 ‘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을 통해 “수산물 상시 검사 체계를 운영하겠다”고 적어 알렸다.
지난달 25~27일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에서 열린 ‘광양 전어축제’는 사흘 만에 5만명을 끌어모았다. 개막식 당일만 3만명이 몰렸다. 망덕포구는 섬진강 강물과 남해 바닷물이 만나는 곳. 매년 8월 중순부터 전어가 풍어를 이룬다. 코로나 사태로 2년간 취소됐다가 작년 재개됐는데, 방문객 수가 6000여 명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정구영 광양시 관광과장은 “모든 음식점이 전어회와 코스 요리 등을 1만원 저렴하게 파는 ‘사전 가격 협약제’를 도입했다”며 “바가지요금이 사라져 방문객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 전어축제에는 약 3만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1만5000여 명의 두 배에 달했다. 축제 사흘간 팔린 전어는 20t가량. 예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명지시장 상인회 측은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개막 당일 무료 시식회에 내놓은 전어 전량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해 안전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상인회 관계자는 “보통 오후 9시 이후에도 장사를 하는데, 이번 축제 때는 전어가 다 팔려버려 오후 7시에 조기 마감을 하는 점포가 수두룩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남 최대의 전어 축제인 사천시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축제’는 방문객이 거꾸로 줄었다. 나흘간 열린 작년 축제 때는 총 21만여 명이 찾아 역대급 인파를 기록했는데, 지난 7월 18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 올해엔 3분의 1 수준인 7만명에 그쳤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축제 일정이 급하게 변경되고, 기간이나 규모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상인 박모(49)씨는 “일본 오염수는 방류 전이라서 상관없었고, 태풍만 아니었으면 대박이 났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오는 15~17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는 ‘소래포구축제’가 열린다. 꽃게 잡기, 대하 맨손 잡기, 어린이 보트 낚시 등 체험 이벤트도 열리며, 먹거리 안전을 위해 수산물 방사능 검사와 일본산 수산물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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