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6역·드럼 이어 이번엔 72세 노역… "새로움 향한 도전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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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도장 깨기 하는 거냐고 하는데 저는 새로운 것을 끌어내기 위해 철저히 무너지고 깨지면서 만들어 낸 것으로 관객과 소통할 때 쾌감이 커요. 무엇보다 단 한 편에 출연하더라도 새로운 연기를 해야 관객도 신선함을 느끼실 테니까요."
2011년 연극 '삼등병'으로 데뷔해 2016년부터 '낭만닥터 김사부', '친애하는 판사님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TV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배우 윤나무(38)는 유독 무대에 설 때면 극도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작품을 선택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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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인 아버지 출연 연극 보고 품게 된 배우의 꿈
"항상 새로운 연기로 매 순간 살아 있고 싶어"
"누군가는 도장 깨기 하는 거냐고 하는데 저는 새로운 것을 끌어내기 위해 철저히 무너지고 깨지면서 만들어 낸 것으로 관객과 소통할 때 쾌감이 커요. 무엇보다 단 한 편에 출연하더라도 새로운 연기를 해야 관객도 신선함을 느끼실 테니까요."
2011년 연극 '삼등병'으로 데뷔해 2016년부터 '낭만닥터 김사부', '친애하는 판사님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TV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배우 윤나무(38)는 유독 무대에 설 때면 극도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작품을 선택하곤 한다. 지난해엔 홀로 16역을 소화해야 하는 1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 출연했고 또 다른 1인극 '온 더 비트'에서는 11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드럼 연주까지 새로 익혀야 했다. 그는 15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이하 '쇼맨')에서 9세부터 72세에 이르는 주인공 네불라의 전 생애를 연기한다. 지난달 31일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난 윤나무는 "나는 매 순간 살아 있고 싶고 익숙한 연기를 계속하는 게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로 여러 가지 인간 군상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쇼맨'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수아와 자신이 독재자의 대역 배우였다고 말하는 네불라의 만남을 통해 사회와 이데올로기 안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인간의 삶과 회복을 그린다. 지난해 '쇼맨' 초연에도 참여했던 윤나무는 누군가를 흉내냈을 때 자신을 좋아해 주고 가족에게 웃음을 줬다는 이유 때문에 연기를 시작한 네불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했을 때는 꿈이 없었다. 입시 성적에 맞는 학과를 골라 대학에 진학하려던 그의 생각은 2003년 서울시극단의 연극 '베니스의 상인'을 보고 바뀌었다. 본명이 김태훈인 그는 부친인 배우 김종철이 안토니오로 출연한 이 연극을 보고 전율을 느껴 배우의 꿈을 품게 됐다. "연기 학원에 다녀 본 적도 없는 제가 대형 서점에서 구입한 책으로 연기를 배워 운 좋게 연극영화과 진학에 성공했어요. 그렇지만 대학교 4학년 때까지도 저는 '교수님이 좋아하는 학생'을 목표로 학교에 다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극 데뷔 후 5년간 20편의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했죠. 제 안에서 새로운 걸 끄집어내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쇼맨'은 연극과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뮤지컬 문법을 어려워하던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3개 부문(대상, 극본상, 남자주연상)을 수상한 이유도 있지만 창작진이 다 함께 치열하게 준비한 과정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정이 좋으면 평단과 관객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음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나무는 앞으로도 연극, 드라마, 뮤지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 활동을 이어 갈 계획이지만 특별히 무대는 자신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연기를 하면서 집중력 있게 '순간의 진짜'를 보여줄 수 있는 배움을 얻었어요. 그래도 관객과 코앞에서 교감하는 공간은 무대가 유일하고, 에너지를 편집 없이 펼쳐 보일 수 있는 곳도 무대죠. 무대에 서는 건 저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해 줍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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