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믿어, 무주택 탈출"... 30대가 빚내 집 산 이유는
4%대 대출 금리 거부감 없고
'부동산 대마불사' 불패론 굳건
대출 규제 완화도 수요 자극
“4.5% 대출 금리 높다고 생각 안 해요. 2%대 저금리가 말도 안 되는 거였죠.”
결혼 2년 차 오모(35)씨
“매매 후 가격 하락 허탈감보다 무주택 상황에서 집값 오르는 불안감이 더 싫어요.”
맞벌이 신혼부부 하모(33)씨
“집값이 바닥을 찍은 지금이 살고 싶은 동네로 이사할 적기라고 생각했어요.”
1인 가구 김모(36)씨
올해로 결혼 2년 차인 직장인 오모(35)씨는 결혼 전 구입한 신혼집을 팔고 서울 강동구의 신축 아파트를 샀다. 가까운 미래에 태어날 자녀를 위해 보육 환경을 1순위로 고려한 결정이었다. 부족한 매입 자금은 시중은행에서 연 4.5%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5억 원을 받아 충당했다. 오씨는 “대출 금리가 비싸서 집을 못 사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며 “중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4.5% 정도는 엄청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이 돌아왔다. 긴축 장기화로 상환 부담이 여전히 큰 데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담대를 수억 원씩 받아 집을 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출 금리가 금방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는 딱히 없다. 대신 ①’4%대도 괜찮다’는 금리 인식 ②‘부동산 불패’ 믿음 ③집값 바닥론 ④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등이 30대 실수요자의 동력이 되고 있다.
금리 기준선 상향, ‘부동산 불패론’도 여전
자고 일어나면 금리가 오르는 고금리 시대를 겪으면서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한 심리적 기준선은 대부분 상향된 모습이었다. 오씨는 “우리 부부는 예상 대출 금리를 연 5~6% 수준으로 잡고 이사 계획을 세워 왔다”며 “오히려 과거 2%대 저금리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대출 금리가 소폭 튀긴 했지만, 금리보다 절대적인 집값이 고점을 벗어났다는 데 주목해 ‘아파트 갈아타기’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7월 서울 마포구의 전용면적 60㎡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매입한 하모(33)씨 부부도 지금 대출 금리 수준에 큰 거부감이 없다. 이들은 매입가 12억 원 중 절반인 6억 원을 시중은행에서 연 4.4% 금리 주담대로 융통했는데, 5년 고정 이후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하씨는 “국내 금리가 동결 또는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집을 산 건 아니다”라며 “향후 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맞벌이인 부부 소득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꼼꼼하게 따져 봤다”고 말했다.
하씨 부부가 월 280만 원 이상 원리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집을 산 건 자산 형성을 위해서다. 그는 “통상 무주택자를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쇼트 포지션’, 다주택자는 상승에 베팅하는 ‘롱 포지션’에 비유하는데 1주택이 가장 안전한 재테크 방식이라 판단했다”며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볼 수 있고, 떨어져도 상급지와 갭을 줄일 수 있으니 심리적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가장 밑바탕엔 정부가 부동산시장 하락을 절대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동산 대마불사(大馬不死)’, ‘불패론’이 깔렸다.
‘특례보금자리론’ 맞춰 집값 깎아 주기도
들썩이는 매매 심리를 더욱 부추긴 건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였다. 소득과 상관없이 9억 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 원까지 연 4%대 금리로 대출해 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를 6억5,000만 원에 계약한 대기업 직장인 김모(36)씨는 “꼭 한번 살아 보고 싶었던 동네라 시세를 지켜봤는데 이제 바닥을 찍은 것 같더라”며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을 때 사자는 생각으로 매입을 서둘렀다”고 했다.
이사 등 문제로 기존 집을 빨리 팔아야 하는 집주인은 특례보금자리론 기준에 맞춰 집값을 깎아 주기도 한다. 이번에 신혼집을 처분한 오씨도 “매수자가 특례보금자리론을 받고 싶다고 해 9억 원 이하로 맞춰줬다”며 “요즘 그 가격대 주택은 무주택 신혼부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최근엔 ‘50년 만기 주담대’ 막차 행렬까지 추가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7월 말 8,657억 원에서 지난달 24일 2조8,867억 원으로 2조 원 넘게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연령 제한, 판매 중단, 한도 축소 등이 추진되자 "문 닫히기 전에 최대한 받아 놓자"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여파로 풀이된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님처럼 해보겠다" 알바 면접서 성폭행당한 10대 극단적 선택
- '초롱이' 장가간다... 고규필, 9세 연하 가수와 11월 결혼
- 남고생이 교실서 담임 여교사 폭행... 의식 잃었다 회복
- "제발 그만"...'나는 솔로' 16기, 이번엔 女 출연자 집단 오열
- "칼 버리세요→칼버려"...권총 든 경찰 20초 만에 흉기男 제압
- '남초 부서 근무' 이유로 성희롱 직원에 면죄부 준 한국공항공사
- 김지민 동생, 김준호에 "뭐가 아쉬워서 돌싱을"...돌직구
- 무기징역 받고도 보험금 받으려 한 이은해... 남편 8억 보험금 소송 패소
- 황소개구리·뉴트리아, 경제도 망친다... 유엔 “외래종 피해액 연간 560조 원”
- "교장 관사 가구까지 날라"… 숨진 군산 초등교사 격무에 '갑질' 당한 정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