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10억 명에게 영향 미칠 스타트업 혁신가 육성" '한국판 싱귤래리티' TEU의 윤종영 이동형 황성현 사령탑
우주, 환경, 식량 등 인류 과제를 겨냥 "문제가 크면 시장도 크다"
"지금 대학생이라면 그 어느 곳보다 싱귤래리티 대학에서 공부할 것이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세계 최고의 혁신 대학으로 꼽은 싱귤래리티 대학은 인류의 당면 과제 해결을 목표로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 박사와 피터 디아만디스 박사가 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했다. 커즈와일 박사는 음악가들에게 건반악기 '커즈와일'로 유명한 천재 발명가이기도 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구글의 후원을 받은 싱귤래리티 대학은 기후, 식량, 질병, 인구 등 인류의 중대한 문제를 해결할 혁신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이곳은 '학생들이 10년 내 10억 명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모토로 한다. 실제 싱귤래리티는 10여 년간 4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소셜임팩트 신생기업(스타트업) 5,000여 개를 탄생시켰다.
국내에서 한국판 싱귤래리티로 꼽히는 곳이 사단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가 2019년 문을 연 타이드 인비전 유니버시티(TEU)다. TEU도 싱귤래리티처럼 10년 내 10억 명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혁신가 양성을 목표로 한다. TEU를 이끄는 윤종영(55), 이동형(58), 황성현(55) 세 명의 사령탑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TEU를 이끄는 3인방은 국내 IT 산업에 획을 그은 기업을 창업했거나 국내외 주요 IT 기업에서 스타트업 육성에 기여한 전문가들이다. 타이드 인스티튜트 대표를 맡은 윤종영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원 교수는 연세대에서 지질학,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LG CNS에서 근무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IBM 등 유명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일했다.
타이드 인스티튜트 운영위원인 이동형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 싸이월드를 공동 창업한 유명 1세대 벤처 기업가다. 경북대 유전공학과를 나온 그는 LG CNS를 다니다가 카이스트 대학원 동기들과 1999년 싸이월드를 공동 창업했고 2020년부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다.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공동 설립자 황성현 자문위원은 야후, 구글, 카카오 등 유명 IT기업에서 인사관리 전문가로 일했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원에서 조직개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SK네트웍스를 거쳐 야후코리아에서 인사부문장, 미국 구글 본사의 인력관리 파트너, 카카오의 인사총괄 부사장을 거쳐 퀀텀인사이트 대표를 맡고 있다.
-TEU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황성현: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발됐던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미국 유학 시절 싱귤래리티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그때 받은 강렬한 기억을 갖고 한국에 와서 2011년 사단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2013년부터 한국판 싱귤래리티를 운영했죠.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아 지지부진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 대표가 도움을 요청했고 윤 교수 등 사람들을 모아 2019년 TEU를 설립했죠. 그때 싱귤래리티가 영리 단체로 바뀌어 이름을 사용하려면 돈을 줘야 해서 명칭을 TEU로 바꿨어요.
-독특한 집단 운영체제를 택한 이유는.
윤종영: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과 전문적인 식견을 반영하기 위해 집단 운영체제를 택했죠. 제가 대표를 맡은 타이드 인스티튜트가 TEU 운영에 도움을 주고 학교는 9명의 자문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서 담당하죠. 현재 이남식 재능대학 총장이 TEU 총장을 맡고 있어요.
-혁신가 양성이라는 특이한 목표를 갖고 있어요.
이동형: 10억 명에게 영향을 미칠 만한 미래 과제를 5~10년 내 해결하려면 옛날 방법으로 안 되고 새로운 기하급수적 기술을 찾아야 해요. 기하급수적 기술이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말하죠. 그러려면 광범위한 과제를 다루며 파격적인 생각을 하는 혁신가가 필요해요. 우리는 이를 '문샷 프로그램'이라고 불러요. 어쩌면 이 안에서 미래의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도 있어요.
-왜 굳이 거창한 인류의 과제 해결을 겨냥했나요.
윤: 싱귤래리티가 우주 탐사, 기아와 온난화 등 거창한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거기에 큰 사업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주요 강국들이 패권 싸움을 벌이는 우주 개발에 우리는 이제 막 뛰어들었어요. 그렇다 보니 우주 쓰레기 문제 등 큰 사업 기회가 있는데 우리는 지분이 없죠.
황: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혁신을 하려면 돈이 필요해요. 돈을 벌지 못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죠. 스타트업 창업은 이 여정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한국형 싱귤래리티 대학과 관련 있나요.
윤: 문샷 프로그램이 과기부 후원을 받는 정부 공모 사업이에요. 과기부 산하 과학기술산업진흥원과 함께 AI, 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을 다루는 특별 교육과정을 만들었죠. 스타트업 육성까지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죠.
황: 문샷 프로그램은 그랜드 챌린지와 퍼스펙티브 두 가지 코스가 있어요. 그랜드 챌린지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커다란 도전과제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줘요. 새로운 과제들에 눈을 뜨면 퍼스펙티브 코스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과 나노, 인공지능(AI) 등 기술들에 대해 배우죠.
-무엇을 가르치나요.
이: 교육 과정은 8~10주로 구성돼요. 그랜드 챌린지 코스로 시작해 어떤 과제들이 있는지 탐구하고 퍼스펙티브 과정으로 넘어가 실질적 해결방법을 찾죠. 조별 과제를 수행하며 스타트업 창업에 필요한 마케팅, 비즈니스, 투자 유치 방법과 AI, 사물인터넷, 로봇, 에너지, 우주, 생명공학, 블록체인 등 다양한 내용들을 배우죠. 이렇게 배운 것들을 마지막 이노베이션 데이를 통해 발표하면 끝나요.
-무박 2일 토론 등 수업이 힘들다면서요.
황: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 섞여 있어요. 미국 싱귤래리티 대학은 나사의 에임스 리서치센터에 합숙센터를 만들어 합숙 교육을 해요. 그래서 싱귤래리티 대학은 참가비가 1인당 3만 달러로 비싸요. 우리는 비용 문제로 합숙 교육을 하지 못해 아쉽죠.
윤: 오프라인 강의는 주중 오후 7~10시와 주말에 해요. 주말 수업은 이틀 동안 밤새워 가며 토론하는 해커톤 방식이죠. 뽑을 때 밤새워 수업하니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해요. 그만큼 힘들다 보니 1기수에 2, 3명 정도 중도 포기해요.
-유명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꾸렸네요.
윤: 여기 세 명을 비롯해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공동 설립자인 유영석 전 코빗 공동 창업자,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장영준 뤼이드 대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등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해외 전문가들이 이 강사로 참여해요. .
이: TEU나 싱귤래리티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창업을 중요하게 봐요. 그래서 창업에 필요한 구체적 방법을 경험 많은 강사진들이 알려주죠.
-학비는 얼마인가요.
윤: 지금까지 자금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운영했어요. 학생들이 학비를 내지만 장학금 형태로 돌려주기 때문에 사실상 무료인 셈이죠.
이: 자금 해결이 숙제입니다. 고 대표 등이 개인적으로 자금을 끌어왔는데 어려움이 많죠.
황: 후원받을 만한 사회적 주제를 특별 과정으로 만들어 별도 지원받는 방법을 고려 중입니다. 생명공학 등 특별 과정을 만들었고 이를 이동수단, 예술, 농식품 등 다른 주제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어떤 학생들을 뽑나요.
윤: 지원 취지를 글이나 영상으로 제출하고 통과되면 면접을 봐요. 혁신적 생각과 문제 의식 등을 주로 봐요. 어떤 사회적 문제에 관심있는지, 어떤 기술을 아는지, 그 기술로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려는지 묻죠.
황: 학력, 성별, 나이는 따지지 않지만 경력은 고려하죠. 조를 짜서 수업하기 때문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하게 뽑아요. 더러 70대 노인도 지원하고 고교 3학년생이 방학 때 참여한 적도 있어요.
이: 2019년부터 작년까지 총 5기에 걸쳐 233명이 거쳐갔어요. 1기당 40여 명씩 선발해요. 지난달 6기생을 선발했죠.
-성과는 어떤가요.
이: 매 기수마다 2~4개팀씩 창업해요. 그중 사회적 기업도 있고 의료기기 제조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있죠. 이들이 결실을 보려면 10년 걸릴 것으로 봐요. 기다려야죠.
-앞으로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윤: TEU 십계명 중 하나가 '세상에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착안하기를 바라요. 학생들 발표 내용 중 바다 위에 거울 같은 튜브를 띄워 햇빛을 반사해 지구 온난화를 막는다는 생각도 있었죠. 같은 문제를 크게 보고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한 사람의 고통만이라도 덜어주면 의미 있는 혁신이라고 생각해요.
황: TEU가 혁신가들의 커뮤니티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각자 인생의 방향성과 평생 추구할 목표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이: 우리는 씨앗이 자라서 무엇이 될지 정해놓지 않아요. 무슨 씨앗이든 잘 자라게 하는 것이 목적이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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