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김치찌개, 귀뚜라미 파전… 美서 ‘식용곤충 전도사’ 된 조셉 윤
“지속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훌륭한 식재료란 걸 알리고 싶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한 건물의 주방에서 조셉 윤(48)이 ‘브루클린 버그스’라고 새겨진 검정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히 움직였다. 가방에서 흰색 통 10여 개를 꺼냈는데 뚜껑 위에 붙어 있는 파란색 종이에는 ‘Black Ant(검은 개미)’ ‘Cicada(매미)’ ‘Cricket(귀뚜라미)’ 등이 적혀 있었다. 그에게 있어선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음식 재료보다 소중한 것들이다.
조셉 윤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뉴욕주립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부터 ‘식용 곤충 전도사’로 나섰다.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CNN, 뉴욕타임스, 스미스소니언 채널 등에서 그에 관한 기사를 쓰거나 영상을 제작했다. 식당을 운영하지는 않고 전 세계를 다니며 강의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조셉 윤은 본지에 “인류는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이 필요하고 그 공급원은 곤충이 될 수가 있다”면서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고 지속 가능한 형태의 단백질로 식단을 다양화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지구 인구 90억명을 먹이려면 현재보다 식량 생산량이 두 배 정도 증가해야 한다.
처음에 조셉 윤이 권한 음식은 김치전과 파전이었다. 바삭바삭한 전을 한 조각씩 먹고 “냄새가 고소하다”고 했더니, 그가 웃으며 “맛은 어떤가? 귀뚜라미 파우더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웜(mealworm·애벌레)과 매미가 성충으로 우화(羽化)하기 전 상태인 굼벵이를 넣은 김치로 만든 찌개, 검은개미가 들어간 콘 샐러드, 하얀색 밀웜이 곳곳에 박혀 있는 브라우니 등 코스 요리가 차례로 나왔다. 굼벵이는 입안에 넣고 씹자 한국에서 파는 번데기 10개를 한 번에 씹은 듯한 식감이 났고, 육즙이 터져나와 짭짤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동그란 아란치니(이탈리아 튀김 요리)도 식탁에 올랐다. 먹음직스러운 모양에 이끌려 반으로 갈랐더니, 안에서 탱글탱글한 밀웜이 한가득 터져나와 소리를 지를 뻔했다. 옆에 있던 다른 요리사는 굼벵이를 연신 손으로 집어 먹으며 “맛이 괜찮다”고 했다.
조셉 윤은 곤충 음식에 대해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는 “사람들이 곤충을 먹는다고 해서 고기를 먹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곤충도 훌륭한 식재료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더 이상 태연한 척하며 먹기 힘들어 떠나려는 기자를 그가 붙들며 말했다. “정말 가야 하느냐. 더 선보이고 싶은 요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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