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관계 회복 속도 내나

김은중 기자 2023. 9. 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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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
“동결 자금 8조 이전에 최선”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은 4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동결 자금 이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묶여있는 이란 자산은 2019년 5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지급되지 않은 원유 판매 대금으로 규모가 8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동결된 자금 관련 “이란 국민 소유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관련국들과 긴밀한 대화와 소통으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지난달 10일 한국에 동결된 자국 자산에 대한 해제 조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한국에 동결된 자금이 원화에서 유로화로 환전하기 위해 제3국으로 이체됐다”며 “유로화로 바꾼 자금 전액이 곧 카타르 내 이란 은행의 계좌로 이체될 것”이라고 했다. 최대 두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지난달 미국과 상호 수감자 5명을 맞교환하는 협상을 타결하며 한국·이라크·유럽 등에 묶인 자금을 받는 데 합의했다. 올해 3월 대표적 앙숙인 이란과 사우디가 중국의 물밑 중재로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중국의 중동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이 이를 의식해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선 측면이 있다. 외교 소식통은 “내년에 선거가 있는 바이든 정부 입장에선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까지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세계 원유 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있는 동결 자금은 이란이 갖고 있는 해외 자산 중 가장 큰 규모로 한때 선박 나포(2021년 1~4월) 등으로 저점을 찍었던 한·이란 관계도 빠르게 복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달러(약 23조원)가 넘었지만 이후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가 강화하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박 장관은 “수교 61주년을 맞아 양국이 새로운 60년을 열어나가자”며 “학술·과학·체육·문화 등 추진 가능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자”고 했다. 압돌라히안 장관도 “이란 정부는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에 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역내 안정 포함 국제 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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