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혼란, 파리의 결단 [광화문]
인기 관광지이면서 유명 기술업체들이 모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계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유명 백화점 노드스트롬이 이곳 도심에서 철수했는데 이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돈다. 사업을 접었거나 접으려는 업체들이 다수 있고, 지난 4월 아마존 소유의 홀푸드는 매장을 닫으면서 "팀원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들었을 만큼 이 도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 증가, 마약 사용 확대, 노숙자 증가는 샌프란시스코의 요즘 혼란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지난 7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소개된 한 사람의 이야기는 현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40년 가까이 샌프란시스코에 살다가 소도시로 이사했다는 그는 "최근 몇 년간 무법과 무질서가 샌프란시스코를 뒤덮은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이 사람은 도심 의류 매장에서 패딩을 입은 한 커플이 훔친 옷들을 패딩에 쑤셔놓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당시 경고음이 울렸지만 경비원은 적극 대응하지도 않았다. 앞서 든 폐점한 홀푸드 사례에서는 매장에 배변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가 계기가 됐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공실률은 아직 25%가 넘는다. 미국 전체 평균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도시 유동인구가 줄어든 대신 거리엔 노숙자가 늘었다. 이들의 의지에 반해 쫓아낼 수 없도록 한 연방법원의 명령도 노숙자 증가에 영향줬다는 평가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심을 관할하는 현지 중앙지부 경찰 자료를 인용해 차량도난이 2021년 171% 폭증했고 2022년 2%, 올해 상반기 3% 추가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거리에는 마약으로 휘청이는 사람과 마약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절도, 마약 증가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014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된 '발의안 47'(Proposition 47)이 많이 거론된다. 여기에는 950달러 이하의 절도나 마약 단순 소지를 경범죄로 다룬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결과적으로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민심도 이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해 6월 체사 부댕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장은 주민소환 투표 결과 60% 찬성으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수감 확대보다 대안 프로그램을 선호했던 인물이다. 지지 정당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캘리포니아 주지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 이 도시가 안전하지 않다는 여론은 17년 사이 20%포인트 증가했다.(갤럽 조사, 26%→46%)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7.5% 줄었다.
이런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은 프랑스 파리의 한 장면과 대조적이다. 파리는 이달부터 공유 전동스쿠터가 다니지 않는다. 지난 4월 시장이 이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쳐 나온 결과에 따른 것이다.
유럽 최초의 공유 전동스쿠터 금지 도시라는 수식이 붙게 된 파리의 행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건 한국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전동스쿠터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난폭운전, 음주운전, 인도 혼잡 등의 문제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파리에서는 지난해 전동스쿠터 관련해 3명이 사망하고 459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주민투표 결과는 89%의 '금지' 찬성. 다만 투표율은 7.5%로 낮았다. 공유 전동스쿠터가 기존 대중교통의 빈자리를 잘 메워줬다는 아쉬움 담긴 의견들도 있지만, 파리는 자전거 전용로를 올해 40킬로미터 늘리며 걷기와 자전거 이동 환경 개선에 힘을 쓸 계획이다.
파리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당장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여론의 문제 의식을 공론화해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오랜 시간 부정적 신호가 나와도 변화를 만들지 못하다 최근에야 한 구 단위 지자체(카운티)에서 "주 법(발의안 47)을 재검토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도시의 모습은 사회의 경고음을 당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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