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교통사고는 괜찮다고요?… 골든타임 놓치면 후유증 평생 갈 수도

태현지 기자 2023. 9.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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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유증 예방하려면
해운대자생한방병원 김상돈 병원장(오른쪽)이 추나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해운대자생한방병원 제공
《40대 남성 김모 씨는 자주 겪던 목 결림과 어깨의 뻐근함을 업무 스트레스와 나이로 인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운전 중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를 피하다가 뒤에서 오던 차와 충돌하고 말았다. 당시 큰 피해는 없는 듯했고 출근이 급한 상황이라 사진을 촬영하고 연락처만 교환한 뒤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원래 느끼던 목과 어깨의 불편함이 더욱 심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 통증은 악화됐고 팔에는 저릿저릿한 마비 증상까지 나타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김 씨는 교통사고 상해 치료 병원을 수소문했고 지인들로부터 자생한방병원을 소개받아 즉시 내원했다.

검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미 퇴행 중이던 목디스크가 충격으로 인해 악화됐고 수핵이 탈출해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것.

이에 그는 더 늦기 전에 치료에 전념하기로 하고 상대 차주와 보험사에 연락해 치료를 시작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일생에 최소 한 번 이상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은 약 35.2%라고 한다. 국민 3명 중 1명은 교통사고를 경험한다는 것인데 이는 암 발병 확률보다 높다. 문제는 사고 이후 큰 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눈에 보이지 않고 순간 통증의 정도도 약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평소 좋지 않았던 부위가 더욱 악화하기도 해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교통사고 후유증 줄이려면 48시간 골든타임 중요

해운대자생한방병원 김상돈 병원장이 교통사고 환자에게 질환을 설명하고 있다.
김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고 났던 날은 그냥 뻐근한 정도였는데 일주일쯤 지나고 통증이 갑자기 심해져 일단 병원부터 찾았다”며 내원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해운대자생한방병원 김상돈 병원장은 “가벼운 사고를 당하더라도 외부 충격으로 인해 전체 골격이 흔들리면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 위험도 커진다”라며 “엑스레이와 같은 영상 진단 장비로도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후유증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환자가 증상을 자각할 때까지 많게는 몇 주가 소요되기도 한다. 특히 대표적인 손상인 ‘편타성 손상(WAD)’은 운전 중 차가 급정지하거나 다른 차량과 충돌했을 때 목이 채찍처럼 앞뒤로 크게 꺾이며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근육과 인대가 손상을 입어 염증이 발생하는데 사고 발생 후 적절한 초기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변 부위까지 손상이 퍼져나갈 수 있다. 이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병력인 ‘기왕증’이 한층 더 심해지는 계기가 된다. 김 씨의 경우 기존 진행 중인 퇴행성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가 후방 충돌로 인해 더욱 악화한 환자다.

만약 이에 따라 기왕증이 악화하는 등 교통사고 후유증이 심해지는 경우 사고로 발생한 손상이 더욱 심각한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 충분한 검사와 치료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김 병원장은 “후유증과 건강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체 전반에 걸쳐 통합적인 치료를 신속히 받는 것이 필수”라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빨리 내원해 전문의 진료를 받으며 초기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 골든타임은 통상 사고 후 48시간 이내가 효과적이다. 실제 자생한방병원이 교통사고 치료 환자 859명을 대상으로 48시간 이내에 내원한 환자와 3일 이상 내원을 미룬 환자의 치료 전후 통증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48시간 이내 병원을 찾은 환자의 경우 치료 전 통증 척도가 평균 6.75점에서 치료 후 3.05점으로 3.7점 감소했다. 반면 병원을 늦게 찾은 환자는 치료 전 6.89점에서 치료 후 4.98점으로 1.91점 감소에 그쳤다. 이는 상해를 당한 날로부터 최대한 빠르게 병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회복에 있어 2배가량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의통합치료… 어혈 제거하고 통증 경감도 탁월

김 병원장이 환자의 목 부위에 약침 치료를 하고 있다.
환자가 침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퇴행성 디스크를 비롯해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는 편타성 손상은 알맞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미세한 증상들이 질환을 심화시킬 수 있어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김 씨는 기존 퇴행성 목디스크가 사고를 계기로 더욱 심해진 상황이었기에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악화를 방지하는 통합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한의통합치료는 수술 없이도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몸의 기능과 자생력을 강화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교통사고 후유증과 기왕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한의학에서는 경추의 기능적 회복에 중점을 두고 엑스레이, MRI 등 영상 진단을 포함한 추나요법,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의 한의통합치료를 통해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특히 사고 후 혈액이 뭉치는 증상인 어혈을 제거하고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통증을 경감시키는 치료에 집중한다.

먼저 추나요법은 비뚤어진 경추 배열을 한의사가 직접 바르게 맞춰 통증을 완화하고 경추 기능의 정상화를 돕는다. 침 치료는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경직된 목 주변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고,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해 환부의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여기에 환자의 세부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은 손상된 뼈, 근육, 인대 등을 강화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어혈 제거와 사고 충격 및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내과적·심리적 증상 등의 개선까지 종합적으로 치료한다.

편타성 손상에 대한 한의통합치료의 유효성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교통사고를 겪은 지 일주일이 안 된 환자 중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이상의 편타성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의통합치료의 효과를 살폈다. 그 결과, 통증 숫자 평가 척도(NRS,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을 뜻함)가 평균 5.44였던 환자들은 치료 후 퇴원 시 3.65로, 퇴원 후 90일 경과 시점에는 1.36까지 떨어져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의통합치료의 효과는 실제 교통사고 환자들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 한의 치료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 남녀 3000명 중 95%가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치료에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한방병원을 찾은 이유에 대해 ‘치료 효과가 좋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후유 장애를 명확하게 치료하고 싶다’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보험 치료 후 기왕증 관리도 꾸준히 이어져야

치료 내용과 정도는 환자의 개인 상태와 상해 급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자동차보험 치료는 기간과 비용에 한계가 있어 김 씨처럼 후유증으로 악화한 기왕증 환자의 경우 근본적인 치료와 함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검사를 통해 기왕증 여부를 확인한 뒤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여유 있는 치료 기간을 예상하고 자동차보험 치료 종결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로 질환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병원장은 “기존 퇴행성 질환이 사고로 인해 악화했다면 집중 치료와 함께 여유 있는 회복 기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라며 “미세한 손상이라도 지속해서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증상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사고 후 빠른 진단과 함께 자동차보험 치료가 끝난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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