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게임 좋아하세요?

이진혁 출판편집자 2023. 9.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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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캐릭터의 닉네임이 막대한 가격에 거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매 방식으로 유저(게임 이용자)들끼리 닉네임을 사고파는 시장이 개설되었는데, 장이 열리고 3시간 만에 1000만원을 돌파한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같은 이름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희소성 때문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이름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3만원 내외임을 생각해보면 실로 대단한 수치다. 물론 이와 비슷한 충격이 처음은 아니다. 이른바 ‘집행검 사건’이 있는데 게임상에서 사라진 아이템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벌어진 일이다. 이때 문제가 된 게임 아이템이 경우에 따라 1억원 이상에 거래된다는 사실 때문에 또 한 차례 세간이 떠들썩했다.

이런 엄청난 가격은 누군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유저 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그러니 이 가격은 시장경제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혀만 끌끌 찰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아직 여러 면에서 제도의 테두리 밖에 있다는 것이다. 온전한 시장 거래라면 소득 발생에 납세 의무 등이 뒤따라야 마땅하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반기별 1200만원 이상의 판매에만 제한적으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물린다. 또한 물물 거래가 많은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사각지대는 더 많다.

게임은 이제 어엿한 주류 문화다. 여전히 세대 간 시각 차이가 크고,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는 시선도 남아 있지만 이 또한 점점 줄어들 것이다. 국내에 극장이 처음 들어섰을 때 영화는 퇴폐를 조장하는 저질 문화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어떤가. 예술과 오락을 동시에 추구하는 종합 장르이며, 한국은 이 시장을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다. 게임도 이러한 전철을 밟을 것이 틀림없다. 게임 산업은 이제 수출 10조원에 육박하며 K콘텐츠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그에 맞춰 게임 내의 제도도 여러 면에서 정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가상 화폐 투기 등 가상 자산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 지금이 그 적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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