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권선징악(勸善懲惡)
권력·부·명예 탐하기보다 스치는 바람에도 감사를
신한춘 부산시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온 말로 착한 것을 권유하고 악한 것을 징벌 또는 징계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아주 단순하고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 세상에는 이렇게 단순하고 쉬운 말조차 실천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 속이는 사람, 흉포한 사람, 시기하는 사람, 훔치는 사람, 빼앗는 사람 등 나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나 콩트 소설 연극 드라마 영화 등의 중요한 기준이나 주제가 바로 권선징악이다.
모든 사람이 착하고 남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굳이 권선징악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회는 이유를 불문하고 남을 속이고 괴롭히고 빼앗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말이 꼭 필요하여 훈계하고 지키라고 설득하고 강조하는 것이다.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중에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몰라도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교활하고, 잔인하고, 악독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나쁜 사람들은 그들이 자행한 나쁜 행동으로 인하여 법의 심판을 받거나 아니면 자책감으로 괴로워하고 후회나 반성을 하겠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워낙 교묘한 수법으로 나쁜 짓을 저질러 놓고도 시치미를 떼고 착한 사람인 양 뻔뻔스럽게 높은 자리에 오르고 큰 부자가 되어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자하고 도덕적인 것 같지만 교묘하게 가려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종조차 못 할 파렴치한 인간이라도 그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남들로부터 존경받고 부러움의 대상인 이중인격자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일수록 위장과 처세에 능해서 감쪽같이 자기 정체를 숨기고 착한 사람, 훌륭한 사람인 양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나쁜 사람의 그 많은 유형 중에서도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등장하는 ‘종술’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갑부 최 씨의 요청으로 양어장 관리인이 되어 노란 완장을 차게 된 종술은 그때부터 관리인이라는 조그마한 권력을 크게 휘두르며 서서히 권력의 맛에 취하게 된다. 물론 ‘완장’은 우리나라 근대사를 얼룩지게 했던 빗나간 정치권력의 비뚤어진 단면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이지만 종술의 행태에서 느낄 수 있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너무나도 강한 이중인격의 모순을 가진 그런 인간이 권력의 맛에 취해 약자에게 온갖 행패를 부리다가 그 권력의 행사로 인해 깜깜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한 인간의 몹쓸 단면을 그리고 있다.
다른 글에서도 강조했는데 녹이 쇠를 갉아먹듯이 인간을 갉아먹는 것은 미망과 집착, 그리고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필자가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사회적 삼권분립’을 제시했듯이 권력을 가진 자는 명예와 재물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되고, 명예를 가진 자는 권력과 재물을 탐해서는 안 되며, 재물을 많이 가진 자는 권력이나 명예를 탐해서는 안 된다. 권력이나 재물, 명예 중 한 가지만 가지고 나머지에는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치권력을 가진 자는 그것만으로 만족해야 하고 엄청난 부를 가진 자는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며 대학교수나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지도자는 명예만 가지고 권력이나 부에는 눈을 돌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 가지 중 두 개 또는 세 개가 결합되면 반드시 부정부패가 뒤따르고 사단이 발생한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의술이 발달함에 따라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났다고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해도, 아무리 길다고 해봐야 100세를 넘기기 힘든 우리네 한평생, 무엇이 아쉽고, 무엇이 미련 남고, 무엇이 욕심나서 스스로 양심을 속이고, 남을 속이고, 남에게 나쁜 짓을 한단 말인가? 우리가 마음이나 재물이 넉넉하지 못해 비록 보시나 적선, 자비를 베풀지 못한다 하더라도 남에게 나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하면 제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시인 천상병이 ‘귀천’이라는 시에서 강조했듯이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이승에서의 한바탕 소풍을 마치고 귀천할 때 비록 훌륭한 인생을 살지는 못했더라도 다만 웃으면서 평화롭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착하게 살아야겠다. 나는 태어나고 철들고 나서 지금까지 과연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아쉽거나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후회 또는 반성도 하면서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 물 흐르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유유자적하게 살아야겠다. 지금까지 내가 대과 없이 살아오게 베풀어 준 하늘에 감사하며 아울러 스치는 바람에도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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