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작은 한반도’ 보며 가을 정취 만끽하고 수라상 맛봐요
한반도 지형 닮은 명소로 급부상… 전망대 가는 길엔 나무-야생화 가득
4억년 된 고씨굴에선 형형색색 종유석-석순 등 볼 수 있어
여행으로 기력 떨어졌다면 수라상에 오르던 어수리 나물밥이 제격
한민족 긍지 끌어올리는 한반도 축소판
이곳이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 한반도지형 근처에 도로를 놓는 계획이 있었는데 지난 2000년 영월 출신 한 사진작가의 노력으로 도로 개설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2009년 행정구역이 서면에서 한반도면으로 바뀌었고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을 시찰한 문화재청도 지형에 감탄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5호로 지정했다.
입구에 도착하면 마음이 벌써 설렌다. 한반도지형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다.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에 오르면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 사이로 오솔길이 나타난다. 빽빽한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덕분에 더위를 느낄 새도 없다. 삼거리를 지나면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나무 데크가 이어진다. 주차장에서 한반도지형까지 걷는 길이 심신의 건강을 돌아보며 산책하기에 좋다. 곳곳에 계절마다 피어나는 야생화도 반갑다. 이곳의 자연도 건강하다는 방증이다.
드디어 하늘이 열리며 한반도지형이 나타났다. 진짜 우리나라 영토를 꼭 닮은 땅. 그 옆을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한반도를 감싸는 삼면의 바다를 닮았다. 여러 번 왔는데도 “우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같은 장소인데 계절과 날씨, 함께 온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가족은 물론 모임이나 단체가 와도 모자람이 없을 명소다. 도보로 왕복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동굴과 천문대에서 땅속과 하늘 여행
1966년 세상에 알려져 1969년 천연기념물 제219호에 지정됐다. 총길이는 3388m에 이르지만 500m 정도만 일반에게 공개했다.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 다시 나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어둡고 신비한 길을 걷다 보면 4개의 호수를 비롯해 3개의 폭포, 10개의 광장을 만난다. 재밌는 이름을 붙인 형형색색의 종유석과 석순·석주들도 볼거리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터라 연평균 기온이 14∼16도라고 한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서 좋다. 늦여름 장대비가 내리는 중에 방문했는데 축축이 젖은 옷을 입고 들어가서 시원하게 말려서 나올 수 있었다. 아이를 동반한 방문이라면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
단종대왕의 애착 음식 어수리 나물밥
영월엔 박가네식당이 유명한데 어수리 나물로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어수리 나물과 함께 더덕이나 불고기, 제육 등을 곁들이는 메뉴가 있는데 어떤 걸 시켜도 특유의 향과 함께 맛이 일품이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첫술부터 칭찬을 쏟아 놓는다. 여행으로 지친 몸의 기력 회복에 더없이 좋다. 건강밥상 한 끼로 아쉽다면 어수리 떡이나 장아찌를 구입해 여운을 달랠 수도 있다.
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music@mure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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