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동 R&D 늘리려면 전문가급 ‘헬프데스크’ 필수”
“인적 교류에 중점 둔 장기 계획과
사업화 염두에 둔 전략 등 필요”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번 포럼에는 황수성 산업부 산업기반실장과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김호원 한국기술사업화협회장 등 20여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황 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R&D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은 적고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연구 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외 우수 연구자와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급속한 재편 등으로 우방국과의 첨단 기술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시급한 실정이다”고 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산업기술 R&D를 해외 연구자에게 전면 개방하고, 세계적인 연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국제공동 R&D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기술 국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백서인 한양대 교수(중국학과)는 “기술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협력이라는 기본 틀을 가지고 있지만 기술 동맹 안에서도 자국의 산업과 외교적 이익을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미국과 중국, 유럽을 놓고 볼 때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국제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면 이러한 국제 지형을 잘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제협력을 추진할 때는 자국의 이익을 내세우다가는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거시적이고 입체적인 협력 모델을 설계한 뒤 그 결과물로 첨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독일이나 프랑스, 스위스 등 산업 강국의 글로벌 혁신 거점을 국내에 유치한다면 효율적인 국제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스페인 국제협력 R&D를 통해 저궤도(LEO) 위성통신 모뎀을 개발한 에이샛위성통신의 김해수 상무가 나와 국제협력 연구 경험을 공유했다. 김 상무는 “국제 공동 R&D는 기술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도 해당 기술을 사업화할 때 해당 국가나 대륙에 시장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 공동 R&D를 제안하고 수행하는 과정은 국내 개발과 비교하면 휠씬 어렵다고 전했다. 김 상무는 “제안서나 수행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이 국내 개발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어렵다”며 “언어적 장벽은 물론이고 해당 국가의 연구 관행, 법률 등을 잘 몰라 중소기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고 했다. 그는 “국제 공동 R&D를 확대하고 선정 가능성을 높이려면 국제공동 연구 경험이 많은 인력을 활용한 국가 차원의 헬프데스크(국제공동 R&D 지원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원선 부산대 교수(IBS 기후물리연구단)는 “독일의 유명 연구기관들에서는 국제협력 R&D에 연구원이 지원하겠다고 하면 지원팀이 붙어서 제안서를 쓰는 것부터 법률적인 문제까지 일괄적으로 도와준다”고 했다. 또 국제협력 지원 인력은 해당 부서에 오랫동안 일하도록 함으로써 전문성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네이처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연구자들끼리 오랜 기간 형성된 관계 때문에 두 나라 연구자들의 협력 자체는 줄지 않았다”며 “국제 공동 R&D 강화 전략을 모색할 때 연구자 간의 교류에 중점을 두는 계획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호원 협회장은 “산업기술에 관한 국제협력은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이 되는 것이어서 국가 간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사업화를 염두에 둔 국제협력 전략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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