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노무현과 김병준, 그리고…
지난 7월 10일, 지방시대위원회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현판식을 가지고 공식 출범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정부부처 수장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등 지방 4단체의 대표를 포함한 18명의 당연직과 대통령이 위촉한 위원장 부위원장까지 20명으로 우선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 추천 15명과 국회의장 추천 4명의 민간위원 위촉이 남아있다. 총 39명의 위원 구성이 완료돼 9월 중, 곧 실질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방시대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가지는 집행력 한계, 실행 부서인 정부부처와 기관을 실제 지휘할 수 없는 점은 역대 정부와 같은 조건이다. 이제 와서 이런 구조적 한계를 반복 언급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이런 조건에서 실질적인 지방분권·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최대한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리더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여기서 노무현과 김병준을 떠올린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처음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두 주역. 이미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정치인으로서, 학자로서 집권과 집중에서 분권과 분산으로의 전환이라는 국가 미래비전을 공유하고, 의기투합했다. 정치인 노무현은 “중앙집권체제 가지고는 앞으로 우리 국가 안됩니다”(김병준 구술,‘첫 만남과 지방자치실무연구소 활동’ 중)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인 노무현이 본격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기 전까지 김병준 교수는 시민단체 활동에 전문가로 참여하면서 지방자치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었다. 나와도 관련 활동을 통해 머리를 맞댈 기회가 많았다. 김병준은 행정수도이전, 공공기관이전과 같은 국가개조 계획을 설계해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움직이게 한 주인공이다.
물론 좋은 점수만 줄 수는 없다. 과감한 균형발전 정책을 입안, 추진한 반면 지방분권 정책을 연계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국정철학으로 삼아 관련 대통령 자문기구를 출범, 운영해 지금과 같은 자문기구이면서도 정책실장 등 핵심 참모이자 동지로서 대통령과 함께 강력한 추진력 집행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조직이 가지는 법적 행정적 한계를 극복, 돌파한 리더십을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그 김병준은 윤석열 정부의 지방분권·균형발전의 밑그림을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만들고 위원장으로서 국정목표와 과제 설정을 진두지휘했다.
이때 그와 간담회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역시 관련한 방향, 주요 과제들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지방분권·균형발전에 대한 김병준 위원장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했다. 참여정부의 시행착오까지 학습한 터라 집행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도 잘 잡고 있었다.
그가 다시 윤석열 정부의 지방분권·균형발전 추진 전도사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집권·집중체제에서 비롯되는 구조적인 과제인 저출생 고령화, 지방소멸, 주거, 교육, 보건의료의 불균형과 격차,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 정쟁화로 인한 정책 실종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반적인 국정운영을 분권·균형체제로 혁신하는 일꾼이 될 수는 없을까.
그리고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있다. 우동기 위원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중앙의 논리와 정의보다는 지방의 논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정책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연방제 국가에 준하는 권한을 지방정부에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합, 단일기구로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서 그 역할이 막중하고 그만큼 기대된다. 지난 6월, 강연차 부산을 방문했을 때 잠깐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회에서의 언급처럼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나도 그에게 잠시 언급했지만 대통령과 직접 호흡을 맞추면서 대통령이 직접 지방시대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챙기고,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어야만 자문기구를 넘어서는 족적을 남길 수 있다. 이는 20년 넘게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얻은 생생한 교훈이 아닌가. 우동기 위원장이 대통령을 움직이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이 정부 이후에도 계속 회자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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