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30] ‘통장 협박’ 범죄의 피해자가 되어 보니
“난 널 믿어. 너의 착한 마음을 믿고, 너의 성실한 노력을 믿고, 너의 밝은 미래를 믿지. 너에 대한 믿음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거야. 너도 네 자신과 너의 미래를 믿어보렴. 난 그런 널 언제나 지켜보며 응원할 거야! TMTU. Trust Me! Trust You! 나믿너믿! 너믿나믿!” TMTU는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 타인에게 떳떳한 사람, 나는 너를 믿고 너는 나를 믿는 사회,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김규나의 ‘TMTU 캠페인’ 문구 중에서
올봄 초중고 학생들에게 인용문을 넣은 책갈피 11만장을 무료 배포했다. 내 장편소설 ‘트러스트 미’에서 발화된 ‘TMTU, 트러스트 미, 트러스트 유’ 캠페인은 신뢰 사회를 위해 미래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에게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독자들의 후원을 받아 진행했다. 그때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계좌 번호가 몇 달간 노출되었다.
얼마 전 마트에서 체크카드가 결제되지 않았다. 최근 내 계좌에 1만2000원을 입금한 사람이 ‘대포 통장’이라고 신고해 은행은 지불 정지, 금감원은 ‘전자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가 됐다는 통지를 보내왔다. 3개월간 해당 계좌와 동일 명의의 계좌 모두 자동이체, 현금 인출, 체크카드 사용 등 비대면 거래가 중지된다. 이의 제기가 인정되지 않으면 불법 거래 예금주 명단에 올라 5년간 제재를 받는다.
한 해 수천 건씩 발생하는 ‘통장 협박’이라는 사기 범죄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를 악용한 가해자는 개인이나 기업의 법인 계좌를 신고하고는 풀어줄 테니 합의금을 보내라고도 한다. 대포라고 하면 전쟁 무기만 떠올리다가 ‘대포 통장으로 신고됐다’는 은행 직원의 설명에 머리가 하얘지기도 했다.
부당한 일을 신고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장난이나 악의로 허위 신고하는 자에겐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궁금하다. 몇 달 전 금감원이 통장 협박의 억울한 피해자 보호 대책을 내놓았다는데, 당하고 보니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칼럼에서 내 소설을 소개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캠페인과 함께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칼럼 소재도 얻었다. 되돌려 긍정하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쁜 일 하나에 감사할 일은 열 가지다. 트러스트 미! 트러스트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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