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G20회의 첫 불참… 경제-국경-인권 사방이 갈등 전선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9.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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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 후 단 한 차례도 빠진 적 없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불참하기로 했다.

중국의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위챗에 미국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며 시 주석이 G20은 물론이고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불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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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총리가 뉴델리회의 대신 참석
G20 美로 기울어 習 불참 결정한듯
경제난-내부 비판에도 부담 느껴
“美, 대만 군사지원땐 APEC 불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 후 단 한 차례도 빠진 적 없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불참하기로 했다. 그간 시 주석이 미국, 영국 등 서방 선진국이 이끄는 주요 7개국(G7)을 견제하며 신흥국이 포함된 G20을 중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인도 일본 이탈리아 등 G20 주요 회원국과의 갈등이 커진 데다 부동산 부실에 따른 경제 위기설 또한 가라앉지 않는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당시 G20이 현 체제로 출범했을 때만 해도 회원국들이 중국을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호평했지만 지금은 미국 쪽으로 완연히 기울면서 시 주석의 불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위챗에 미국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며 시 주석이 G20은 물론이고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불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G20 역할 강조했다가… 집권 후 첫 불참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리창(李强) 총리가 9,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 대신 리 총리가 참석하는 이유를 묻자 즉답을 피한 채 “G20은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중요한 행사이며 중국은 항상 적극 참여했다”고 했다.

시 주석은 과거 G20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했다. 2015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회원국과의 소통 및 공조를 강화해 G20을 함께 지키고 세우고 발전시키자”고 외쳤다. 이듬해 중국 항저우에서는 개최국 정상 자격으로 G20 정상회의를 주재했다.

이랬던 그가 불참하는 것은 주요 회원국과의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개최국인 인도와의 국경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일본과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문제, 이탈리아와는 시 주석의 경제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带一路)’ 탈퇴, 영국 캐나다 호주 등과는 중국의 인권 탄압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며 한국과도 외교 노선, 역사 논쟁 등을 두고 마찰이 상당하다. 5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에게 G20은 ‘가치가 떨어지는 대화 창구’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4일 위챗에 최근 미 고위 관계자의 잇따른 중국 방문에도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 전략은 양면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11월 APEC에서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 경제난-내부 비판 여론도 부담

시 주석이 경제난 등으로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리더십 위기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의 향후 경제성장률이 현격하게 떨어져 2050년에는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4일 진단했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에 대한 중국공산당 원로들의 신뢰 또한 예전같지 않다고 전했다. 매년 여름 베이징 인근 유명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는 전현직 수뇌부가 참석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린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최측근이나 한때 시 주석과도 가까웠던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은 올해 회의에서 시 주석을 향해 “더 이상의 사회 혼란은 곤란하다”며 강한 어조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이 과거부터 누적된 문제가 모두 자신의 책임이 됐다며 측근들에게 “내 탓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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