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여행의 기술-목포 오거리
일상성의 탐험가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여행의 기술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호기심과 상상력과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또 예술적, 철학적 사유를 도입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창조하고 변환한다. 그는 프로방스에서 반고흐의 그림을 보고 사이프러스를 바라보며 나무 너머의 세계를 인식한다. 고흐의 꿈틀거리는 현장성을 치환하는 동시에 풍경 너머의 이상적 범주를 부여받는 것이다.
목포는 근대의 향수가 묵은 책 냄새처럼 켜켜이 묻어나 풍요로운 여행지였다. 여행을 다녀와서 남도 기행이라는 제하의 칼럼도 썼고 유달동 로망스라는 카페를 수강생들과 그려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목포를 여행하면서 내가 그리고 쓴 카페에서 음식까지 먹어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분도 있었다. 여행의 발견이 어떤 공동의 함의로 결합될 때 다양한 형식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현장법사나 혜초, 마르코폴로는 탐험가적 여행을 통해 이국의 문물을 분석하고 판단하고 기록했다. 연암 박지원도 열하일기를 통해 중국의 선진 문물을 알리고 배우고 실천하며, 학문을 허위 의식의 세태를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목포 오거리는 목포가 길러낸 주요 예술인의 근거지였고 조선인과 일본인의 경계점으로 다양한 문화가 집결하는 교점이었다. 여행지를 완전히 소유하는 방법은 그림을 그리고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하는 것이 최상의 완성이다. 이야기가 널려 있는 목포 오거리를 오늘은 수강생 강동임씨가 그렸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서 학교 수업 후 어반스케치 야학을 듣고 있는 젊고 성실한 선생님이다. 그의 진지하고 순수한 학습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또 하나의 비옥한 소양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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