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심상찮은 근원물가 오름세
농산물이나 석유류값.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들이다. 꼭 그렇진 않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고전 경제학 이론으로 20세기 초반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창했다.
이와 대비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오르는 물가를 근원물가(根源物價)라고 부른다. 물가의 절대값으로, 상승률도 통상적으로 1% 수준에 머무는 등 완만하다. 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들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물론 경제학적 분류다.
요즘 근원물가 오름세가 심상찮다. 장기적인 물가의 기저 흐름이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소비자물가지수 총지수도 떨어지고 있지만 외식물가 상승세도 누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외환·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1%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인 2021년 말부터 전년 동월과 비교해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부터가 그랬다. 전년 동월 대비 3.0%까지 올랐다. 이후 1년 만인 올해 1월에는 5.0%로 정점을 찍었다. 상승폭은 줄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탓에 지난 3월(4.8%)에는 2년여 만에 소비자물가 총지수(4.2%)를 추월했다.
고공행진의 주된 이유로는 외식물가가 주도하는 높은 서비스 물가다. 문제는 근원물가 상승폭이 최근 조금 줄었지만 서비스 소비가 늘고 있어 앞으로 상승률이 더 낮아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근원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까지 동원해 전방위적 물가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도 높은 근원물가 때문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역대급 세수 펑크 우려 속에 추진 중인 정부의 감세 카드가 자칫 고물가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책 기저에 깔려 있다. 추석을 앞두고 당국이 더욱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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