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양육 없는 상속은 악이다
“고마워 엄마, 하나도 안 변해서. 그대로여서 정말 고마워.”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배우 송혜교가 연기한 주인공 문동은이 친모(박지아 배우)에게 한 대사이다. 날 것 그대로의 학교폭력을 보여준 이 드라마에서, 친모는 학폭의 희생양인 딸의 고통을 철저히 모른 척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가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합의서를 써준 뒤 잠적까지 했다. 이후 문동은이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혼자 힘으로 주경야독을 해 초등학교 교사가 되자, 친모는 다시금 엄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딸의 집에 눌러앉아 술판을 벌이며 막말을 일삼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받아 명품쇼핑까지 하며 민폐를 일삼는다. 심지어 “우리 모녀, 오늘 불타 죽어보자”며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이때 문동은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친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를 증거로 해 정신병원에 친모를 감금시키는 통쾌한 결말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겠다. 만약 문동은이 사망한다면, 그 재산은 누구에게 갈까? 참고로 문동은은 미혼에 자녀도 없다. 정답은 바로 ‘친모’다. 물론 상속결격에 해당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나, 그런 사유가 없는 한 친모가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다. 왜일까? 우리 법이 그렇다. 배우자도 자녀도 없이 사망할 경우 그 재산은 전부 부모에게 상속되는 것이다. 물론 밀접한 혈연관계가 있는 자에게 상속을 인정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를 자녀 양육에 헌신한 정상적인 부모가 아닌, 문동은의 친모에게까지 인정하다면, 그땐 판이 달라진다. 국민들의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을 만큼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현실판 문동은의 친모들에게 기꺼이 상속을 인정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물론 드라마처럼 막장은 아니지만 어린 자녀를 버려둔 채 사실상 남남처럼 살아온 부모가, 먼저 죽은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한류 스타였던 고(故) 구하라 사건을 필두로 해서, 천안함 피격사건, 세월호 사고 등을 비롯한 여러 재해사고에서도 양육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친부모들이 유족들과 상속분쟁을 벌여 끝내 자기 몫을 챙기곤 했다. 수십년간 나 몰라라하며 모른 척하다 유족급여가 나오니 “내가 바로 부모”라고 나서는 꼴이다.
그래서인지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국회에서 3년간 계류 중이란 소식은 불편하다. 양육 없는 상속은 악(惡)이다. 국회여 이제 일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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